26년간 연립정권 꾸려온 자민·공명당 결별로 정국 대혼란…다카이치 차기 총리 선출돼도 단명 가능성 배제 못해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26년간 이어진 일본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이 붕괴하면서, 새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의 ‘총리 등극’ 가능성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 정치사에 굵직한 전환점이 될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연립 파탄을 넘어, 자민당의 독자 생존 능력과 다카이치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공명당 이탈로 흔들리는 다카이치 내각 구상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주요 언론은 10일, 자민당과 공명당이 연립 정권 구성 협상에서 최종 결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쟁점은 ‘기업 및 단체의 정치헌금(후원금) 규제 강화’였다.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齋藤鉄夫) 대표는 회담 후 “정치자금에 대한 자민당의 태도가 미흡하며,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사이토 대표는 특히, 비자금 논란의 중심 인물 중 한 명이었던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자민당 간사장 대행으로 임명한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그는 “정치 윤리에 대한 기본자세부터 다르다”며 연립관계를 “일단 백지화한다”고 선언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에 대해 “공명당이 일방적으로 연립 이탈을 통보했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정치자금 문제는 당내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재협상을 제안했음에도 공명당이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 다카이치 총리 선출 ‘불투명’…복잡해진 국회 구도
현재 자민당은 여전히 중의원(하원) 196석, 참의원(상원)에서도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명당(24석)의 이탈로, 중의원 과반(233석) 확보는 불가능해졌다.
교도통신은 “각 정당이 자당 대표에게 투표할 경우,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겠지만, 야권의 연합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입헌민주당(148석), 일본유신회(35석), 국민민주당(27석), 공명당(24석)이 연대하면 총 234석으로 과반을 넘어서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국회가 매우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며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입헌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정권교체의 기회’로 보고 야권 단결을 호소 중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국민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와의 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두 당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신회는 정책적 유사성이 있지만,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 보수 노선’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민민주당 역시 “정치자금 투명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연립 논의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공명당의 결별, ‘자민당의 한계’를 드러내다
공명당은 종교단체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한 중도보수 성향 정당으로, 자민당의 보수적 정책을 제어하는 ‘완충 역할’을 해왔다. 1999년부터 자민당과의 연립에 참여하며 안정적인 의회 운영에 기여했지만, 이번 결별은 “보수 일당 체제의 균열”로 평가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총선에서 자민당이 공명당의 지원이 없었다면 최소 25석을 잃었을 것”이라며, 공명당의 지역구 영향력(평균 2만 표)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즉, 향후 총선에서 공명당과 결별한 자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다카이치의 ‘강경 보수 노선’, 연정 파탄의 뇌관
공명당은 다카이치 총재 취임 직후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① 야스쿠니신사 참배, ② 비자금 스캔들 대응, ③ 외국인 배척 발언 등이다.
사이토 대표는 “야스쿠니 참배와 외국인 문제는 설명을 통해 인식 차를 좁혔지만, 정치자금 투명성에서는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재는 전형적인 강경 보수파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로 불린다. 보수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에게는 ‘부담스러운 우파 리더’로 인식됐다.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다카이치는 ‘아베노믹스의 그림자’와 ‘전후 보수 정치의 한계’를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리더십이 일본 정치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총리 등극’보다 중요한 건 생존
자민당은 오는 20~2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더라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보장되지 않는다. 공명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안 통과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하순에는 아세안 정상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 APEC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내정 불안’이 지속되면, 일본의 외교력과 정책 추진력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니치신문은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하더라도 ‘단명 내각’이 될 공산이 크다”며 “정치자금 스캔들로 신뢰를 잃은 자민당이 새로운 연정 없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 ‘다카이치 시대’, 시작도 전에 흔들리다
1999년 이후 26년간 유지돼 온 자민당·공명당 연정은 일본 정치의 상징이자 안정의 기둥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별로 일본 정치는 다시 ‘혼돈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의 리더십은 “보수의 결집”이 아니라 “보수의 분열”로 평가받을 위험에 처했다. 그녀가 총리 자리에 오르든, 오르지 못하든 이번 사태는 일본 정치사에서 ‘포스트 아베 시대’의 불안한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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