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당과 결별한 자민당, 유신회와 손잡고 일본 정치 새 판 짜기 나서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전통적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과 결별한 일본 자민당이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 이하 유신회)와 손을 잡았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양당은 20일 정책 공조 및 연립정권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자민당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의 총리 취임(21일)은 물론, 안정적 의석 기반을 확보하고, 유신회는 중앙 정치 무대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다.
▌ ‘반(反)도쿄 정치’에서 출발한 유신회의 변신
유신회는 원래 오사카 지역 개혁운동에서 출발했다. “도쿄 중심 정치”와 관료주의에 맞서 지방분권, 작은 정부,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급성장한 개혁보수 정당이다. 2015년 전국정당으로 재편된 이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교육·복지 개혁’, ‘현역 세대 부담 완화’를 내세우며 젊은 세대와 중소기업층의 지지를 얻어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개혁 세력’이었던 유신회가 기성 권력인 자민당과 연정을 맺으면서, “개혁의 순수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공명당과 결별한 자민당의 현실적 선택
자민당은 수십 년간 공명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공명당이 ‘기업 및 단체의 정치헌금(후원금) 규제 강화’와 관련한 자민당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결별을 선언했다.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齋藤鉄夫) 대표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와 회담 후 “정치자금에 대한 자민당의 태도가 미흡하며,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다급해진 자민당 내부에서는 “보다 적극적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틈을 유신회가 파고들었다. 유신회는 자민당의 보수적 안보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경제·행정 분야에서는 급진적 개혁 성향을 갖고 있다. 자민당 입장에서는 “공명당보다 유연하고, 정책 연대가 가능한 파트너”를 얻은 셈이다.
▌ 유신회, 현실 정치로 들어간 개혁 세력
유신회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창당 이래 “여당에 들어가지 않겠다”던 원칙을 접고, 현실 정치에 참여한 것은 정당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연정 합의는 유신회가 “비판 세력에서 정책 실행 세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내 개혁파는 “유신이 자민당의 2중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며, 지도부에 내부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연정은 일본 정치의 축을 바꾸는 사건이다. 자민당-공명당의 장기적 연합 구도가 깨지고, 새로운 보수-개혁 연합축이 등장한 것이다.
유신회가 참여한 내각이 출범하면, 개헌·방위비 증액·지방분권 확대·행정개혁 등 굵직한 개혁안이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사카 중심의 지방분권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일본 정치의 중앙집권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개혁정당의 정체성’ 유지 가능할까
유신회의 최대 과제는 정체성 유지다. 자민당과 협력하면 정책 실현력은 커지지만, 동시에 “기득권의 일부가 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유신회가 싸우던 상대와 손을 잡았다”고 평가한다. 과거 ‘도쿄 정치의 대항마’를 자임했던 유신회가 중앙 권력의 일원이 되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자민당-유신회 연정은 일본 정치의 새로운 보수연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자민당은 개혁 이미지를 보완하고, 유신회는 정책 실행력을 확보하며, 일본 정치 전반은 세대교체와 지방분권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관건은 유신회가 ‘권력의 파트너’로서 현실 정치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창당 정신인 개혁·분권·투명성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연합은 일본 정치의 세력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유신회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