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장기화 속 유럽 주요국 병역제도 재편 가속…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군 복무제’ 검토하며 안보 태세 강화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랑스가 자발적 군 복무제 도입을 공식 검토하며 유럽 주요국이 다시 ‘징병제 혹은 준(準)징병제’ 체제로 회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AFP를 비롯한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만간 해당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며 “유럽 안보 질서 변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마크롱, 왜 지금 ‘군 복무제’인가
프랑스는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 전통 징병제를 폐지하고, 20만 명 규모의 직업군인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발트3국·폴란드가 겪는 안보 불안, 그리고 독일의 징병제 부활 논의가 맞물리면서 프랑스도 병역제도 개편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확실성과 긴장이 높아진 시대에 프랑스의 억지력은 필수”라며 “강력한 군대와 집단 대응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사실상 군 복무제 도입에 대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했다.
▌ ‘자발적 군 복무제’…징병제와 모병제의 중간 단계
검토 중인 모델은 전통적 의미의 징병제와는 다르다. ‘자발적 군 복무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16~25세 청년들이 희망할 경우 일정 기간 군 복무를 하며 기본 전투훈련·국방 임무·재난 대응 업무 등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국방부는 ▲연간 1만~5만 명 규모 ▲단기 기본훈련+사회·국방 임무 배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는 두 가지로 보인다. 국가 결속력을 강화하여 프랑스 사회에서 약화된 ‘시민적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동원 가능 인력풀을 구축하여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배치 가능한 반(半)상비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마크롱 정부는 이미 청년 대상 의무 사회·시민 교육 프로그램인 국가시민봉사단(SNU)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이번 논의는 그 연장선에 위치한다는 평가다.
▌ 정치권도 지지…우파·극우까지 “필요한 조치”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내 정치권 전반에서 예상보다 광범위한 지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우파) 세드릭 패랭 상원 외교·국방위원장은 “국방 정신과 국가적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모든 조치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고, 국민연합(RN·극우)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시라크 대통령의 징병제 폐지는 실수였다. 자발적 복무제로 시작해 장기적으로 국가 복무제 전체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프랑스 사회 전반에 확산한 안보 불안감과 국방력 복원 요구가 좌우 진영 모두를 관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전시 대비 모드’
프랑스의 이번 움직임은 독일이 징병제 부활을 공식 검토하는 시점과 맞물리며 유럽 안보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국방부는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을 이유로 ▲18~25세 남녀 대상 부분 의무복무제 ▲예비군 10만 명 확충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유럽 각국에서 징병제 또는 이에 준하는 대체복무 모델 도입이 재논의되는 것은,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력 재정비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유럽은 ‘비상 대비 체제’로 이동 중
프랑스의 자발적 군 복무제 도입 검토는 단순한 병역정책 변화가 아니라, 러시아의 위협,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력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독일의 징병제 부활 논의 등 유럽 안보 환경 변화가 촉발한 전역적 군사력 재무장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프랑스가 실제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EU(유럽연합) 내에서 군사적 ‘동원 능력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수 프랑스 언론의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