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은

북한 ‘비핵화 포기’ 요구와 미국의 기존 기조 간극, 만남 성사돼도 정치적 이벤트 성격 짙어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났던 트럼프와 김정은. @연합뉴스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났던 트럼프와 김정은.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백악관이 공식 확인하면서, 다음달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질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도 대화할 의지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미국과 정상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김정은의 과거 정상회담과 상징성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세 차례의 역사적 만남을 가진 바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이 그것이다. 특히 판문점 만남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함께한 3자 회동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일련의 회담들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외교사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경험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강조해왔고, 이번에도 ‘조건 없는 대화’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김정은과의 관계를 재차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달라진 화법

백악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며 기존의 원칙,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다만 이번 발언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이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수사적 유연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를 지향하지만, 이를 사전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대화의 문을 열어 두려는 전략적 접근이라는 의미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비핵화 자체를 협상 조건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발언이다.

▌ ‘조건 없는 대화’와 ‘비핵화 포기’ 사이의 간극

따라서 현재 북미 간 메시지는 모순적 요소를 포함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포기한 상태에서 평화 공존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이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입장이 대립되는 듯 보이나, 동시에 대화의 여지를 열어 두었다는 점에서 미묘한 교차점이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APEC 정상회의가 양측의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는 계기로 부각되고 있다.

▌ 경주 APEC 정상회의와 북미 회담 가능성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공간에 있을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돌발적이고 극적인 행보를 선호해온 만큼, 회의 기간 중 판문점이든, 어디서든.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과의 접촉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며, 김 위원장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PEC 정상회의. @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 @연합뉴스

▌ 경주에서 깜짝회동할까

만약 경주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다. 첫째, 북미 대화의 불씨를 되살리고 한반도 정세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는 외교적 업적으로 부각될 수 있으며, 국내 정치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셋째,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미국 대통령과 대등하게 만나는 모습을 통해 체제 안정과 대외적 정당성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요구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의될 수 있는 것은 상징적 만남과 관계 개선 제스처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만남이 성사된다고 해도 비핵화 문제의 본격적 돌파구가 되기보다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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