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과 구분되는 전략적 자율성의 상징…한미동맹의 새로운 군사 균형 시사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 호주에도 쉽게 공유하지 않았던 '핵추진 잠수함’ 기술 협력을 한국에 승인했다는 보도는 단순한 군사 장비 지원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전략적 지형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핵추진 잠수함’과 ‘핵잠수함’은 같은 의미로 혼용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개념이다. 두 용어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이번 조치의 실질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이다.
▌ 추진력을 핵연료로 얻는 핵추진 잠수함
우선 ‘핵추진 잠수함’(nuclear-powered submarine) 은 말 그대로 ‘추진력’을 핵연료로 얻는 잠수함을 말한다. 즉, 잠수함 내부의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고, 이를 통해 추진력을 얻는다. 여기서 핵은 ‘동력원’일 뿐 ‘무기’가 아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연료를 거의 교체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잠항이 가능하며, 산소를 외부에서 공급받지 않아도 작전 지속 시간이 매우 길다. 따라서 재래식 디젤 잠수함보다 작전 반경과 은밀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이 이 기술을 확보하면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와 같은 해양 강국들과의 수중 작전 능력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 핵무기를 장착하고 운용되는 핵잠수함
반면 ‘핵잠수함’(nuclear-armed submarine) 은 핵무기를 장착하고 운용하는 잠수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핵추진 잠수함 중 일부가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이를 ‘핵잠수함’이라 부른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오하이오급 SSBN, 러시아의 보레이급, 중국의 진급 잠수함은 모두 ‘전략 핵잠수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혹은 SLBM을 탑재하여 핵 3축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은 핵 억제력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복수단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은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 ‘핵추진 기술’에 대한 협력, 즉 ‘동력원으로서의 원자력 이용’에 관한 것이다. 이는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위반이 아니며, 미국이 동맹국에 핵무기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 원칙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한국은 이미 잠수함용 원자로 연구를 오랫동안 추진해왔으며, 이번 협력은 그 기술적 현실화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 핵추진 잠수함, 전략적 자율성 상징
정치적 의미로 보자면, 핵추진 잠수함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의 상징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상안보와 원거리 작전 수행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독자적인 방어 역량을 강화하면, 미군의 부담이 줄어들고 동맹 내 ‘분담과 억제력의 균형’이 개선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듯 하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잠수함의 하위 개념이 아닌 완전히 다른 성격의 무기체계이다. 전자는 ‘핵을 이용한 추진력’으로 작전 지속성과 은밀성을 높이는 장비이고, 후자는 ‘핵무기 탑재’로 전략적 억제력을 보유한 공격수단이다. 트럼프의 승인으로 한국은 후자가 아닌 전자의 영역—즉, 기술적 자립과 전략적 확장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