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고이즈미냐 '여자 아베' 다카이치냐, 차기 日총리 2파전

이시바 총리 취임 11개월만에 선거패배 책임 사임
젊은층 인기 고이즈미 vs 보수결집 다카이치 경쟁

고이즈미(왼쪽)와 다카이치 총리 후보. @연합뉴스
고이즈미(왼쪽)와 다카이치 총리 후보.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일본 정국의 무게추는 곧바로 ‘포스트 이시바’로 이동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는 곧 총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일본의 향후 2년 이상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다.

주요 출마 의향자 난립=사임 발표 하루 만에 자민당 내 주요 인사들이 속속 총재 선거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을 비롯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중 모테기 전 간사장은 외무상, 경제산업상, 경제재생상 등을 두루 거친 ‘경제·외교 전문가’다. 하지만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6위에 그쳤던 만큼, 지명도 확대가 과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와 외교 정책에 풍부한 경험이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 부족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총리 대변인 격으로 활동 중이며, 방위상·외무상 등 주요 장관직을 경험했다. 온건 이미지가 강하나, 여론조사 지지율은 2%대에 머물러 있다. 교도통신은 “관방장관으로서 안정적인 이미지를 쌓았지만, 독자적 정치색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자민당 내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며 “원(One) 자민당”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조직 기반과 대중적 지지가 약점으로 꼽힌다. 아사히신문은 “당내 입지는 아직 약하고, 추천인 확보부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vs 다카이치 2파전 유력=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다. 고이즈미는 ‘개혁 이미지’와 젊은 세대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국회 운영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의 인연도 강점이다. 마이니치신문은 “개혁파 이미지가 당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보수파 반발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보수 색채가 강하다. 지난해 당원·당우 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자민당 내 보수층 결집에는 강점을 지니지만, 지나친 우경화가 공명당 등 연립 파트너와의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산케이신문은 “보수 재집결의 상징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마이니치신문은 “아베파의 ‘비자금 스캔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며 위험성을 지적했다.

선거 방식 따라 유불리 변수=자민당 총재 선거는 기본 방식(국회의원 표 + 당원·당우 표)과 간이 방식(국회의원 표 + 광역지부 대표 표)으로 나뉜다.

이번에도 모리야마 간사장이 “당원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를 언급하면서 기본 방식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당원 기반이 강한 다카이치 후보가 유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간이 방식이 택해진다면, 국회의원 중심 구도가 되어 고이즈미 후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미우리신문은 “총재 선거 방식이 향후 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라며 “당원 투표가 확대되면 다카이치, 의원 표에 집중되면 고이즈미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사임 발표 후 쓸쓸히 단상을 내려가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연합뉴스
사임 발표 후 쓸쓸히 단상을 내려가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연합뉴스

개혁이냐 보수 회귀냐 일본 정치 갈림길=차기 자민당 총재가 어떤 노선을 택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진로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다카이치가 당선될 경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잇는 보수 강화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야당·공명당과의 협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면 고이즈미가 당선된다면, 일본유신회와의 협력 및 개혁 이미지로 국회 운영의 유연성이 확보될 수 있다. 그러나 당내 보수 강경파의 반발이 변수다.

현재 구도에서 차기 총리 유력 후보는 고이즈미 신지로와 다카이치 사나에로 압축된다. 다카이치는 당원 지지에서 강점을 보이나, 보수 일변도의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고이즈미는 국회 운영 능력과 대중적 이미지에서 경쟁력이 있으나,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결국 자민당이 ‘보수 회귀’를 선택할지, ‘개혁 협치’를 택할지가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일본 언론들도 “보수 결집과 개혁 협치의 갈림길에서 자민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일본 정치의 향방이 갈릴 것”(마이니치)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0월 초순으로 예상되는 총재 선거에서 일본 정국의 향후 2년이 결정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