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日차기총리 유력 다카이치 극우 ‘여자 아베’냐, 온건보수 伊 멜로니냐

다카이치 사나에, 예상 깨고 고이즈미 꺾고 자민당 총재 당선…이달 중순 차기 총리 선출 유력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일본 자민당(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예상 외로 당선되며, 이달 중순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그녀의 등장은 단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향후 일본의 외교·안보·사회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환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아베 노선의 계승자, 강경 보수의 아이콘

다카이치는 오랫동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 계승자’로 평가받아 왔다. 그녀는 전통적 안보 강화, 역사 인식에 대한 보수적 시각, 중국과의 거리두기, 헌법 개정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일본 내외 여론은 그녀가 총리가 될 경우, 아베 전 총리의 강경 보수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인지, 혹은 새로운 실용 노선을 구축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는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고, 위안부 문제나 전후 책임에 대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보수적 역사관으로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러한 행보는 우익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동시에, 진보층과 주변국들로부터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실 정치가 ‘극우화’의 브레이크 될까

하지만 현실정치의 제약은 다카이치가 ‘극우화’로 직행하지 못하도록 막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자민당은 잇따른 지방선거 패배와 정치자금 스캔들로 당세가 약화됐으며, 의회 내 과반 확보도 불투명하다.

총재가 되었다고 해도, 의회·관료·재계 등 기득권 세력의 견제와 미·일 동맹,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라는 국제적 제약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 전문가들은 “다카이치가 강경 발언을 유지하더라도 실제 정책에서는 실용적 조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즉,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급진적 민족주의자에서 집권 이후 온건 실용주의로 돌아선 것처럼, 일본의 제도적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의 엇갈린 평가

일본 주요 언론의 반응도 갈렸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여전히 ‘여자 아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다카이치의 과거 발언이 “외교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그녀가 선거 기간 동안 강조한 경제 성장 전략과 여성 고용 확대 등의 공약을 주목해야 한다”며 “온건 보수로의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역시 “다카이치가 아베의 안보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경제와 사회정책에서는 현실적 조정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재팬타임스는 “첫 여성 총리라는 정치적 자본이 그녀를 더욱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균형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당선뒤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 @연합뉴스
당선뒤 동료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 @연합뉴스

멜로니와 다른 일본적 한계

다카이치를 이탈리아의 멜로니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멜로니는 반이민 정서와 연정 구조라는 국내 정치적 환경 덕분에 급진적 포퓰리즘에 힘입어 집권에 성공했지만, 일본은 미·일 안보 공조, 평화헌법, 관료제의 견제 등으로 인해 제도적 제약이 훨씬 강하다.

따라서 다카이치의 현실적 선택지는 ‘말은 강경하되, 정책은 실용적’인 절충형 보수주의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강경한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사회 정책에서는 재계와 중도층의 요구를 반영해 점진적 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멜로니 또한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 편을 들거나, 친 EU(유럽연합) 정책을 전개하는 등 강경 보수에서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것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외교·사회정책의 균형점 찾을까

그럼에도 우려는 존재한다. 첫째, 대외관계, 특히 중국·한국과의 역사 문제 등에서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이민과 노동시장 개혁 등 사회정책에서 보수적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예상된다. 셋째,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국론 분열형’ 발언이 반복된다면 사회적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다카이치 사나에는 ‘여자 아베’라는 상징이 말해주듯 강경 보수의 DNA를 지닌 정치인이지만, 이탈리아 멜로니식으로 일본의 제도적 제약과 국제 환경 속에서 실용적 보수주의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언론 또한 “첫 여성 총리로서의 상징성과 실제 국정 운영 사이에서 다카이치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다카이치가 차기 총리에 선출된다면, 향후 내각 인선과 첫 100일 정책이 그녀의 정치적 색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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