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무슬림 뉴욕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뉴욕 넘어 전국구 인기몰이

17년 전 콜린 파월의 질문, “무슬림이면 안 됩니까”가 다시 뉴욕 선거판에 울려 퍼지다

4일(현지시간) 예정된 뉴욕시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조란 맘다니.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예정된 뉴욕시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조란 맘다니.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은 공화당을 등지고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를 공개 지지했다. 오바마가 무슬림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선거전 내내 퍼지던 시기였다. 경쟁자인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의 캠프 일부에선 오바마를 하마스와 연결시키며 ‘그가 무슬림이라면 투표하겠느냐’는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매케인은 공개석상에서 “오바마는 괜찮은 미국인”이라며 이를 부인했지만, “아랍인은 괜찮지 않다”는 뉘앙스를 남겼다. 이때 파월은 NBC ‘밋 더 프레스’에서 단호히 말했다.

“그는 무슬림이 아닙니다.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설령 무슬림이라면 어때서요? 무슬림이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겁니까.”

이 질문은 당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을 겨냥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질문이 다시 뉴욕 시장 선거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무슬림 사회주의자, 뉴욕 시장 선거 선두에 서다

올해 여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조란 맘다니 의원은 34세의 젊은 무슬림이자 민주사회주의자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퀸즈를 기반으로 성장한 그는 “뉴욕을 더 공정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세우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의 부상은 동시에 ‘보이지 않는 벽’을 드러냈다. 경험 부족,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은 정당할 수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거 공세 속에 반(反)무슬림 정서가 노골적으로 섞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반유대주의 담당 부대표였던 엘리 코하님은 9·11 당시 불타는 쌍둥이 빌딩 사진을 올리며 “잊지 말라. 뉴욕을 구하려면 앤드루 쿠오모에게 투표하라”고 적었다.

뉴욕포스트는 ‘하마스 파괴무기’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맘다니를 테러 조직과 연계시키는 기사를 내보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맘다니 지지연설에 나서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연합뉴스
맘다니 지지연설에 나서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연합뉴스

쿠오모의 발언, ‘9·11’의 상처를 건드리다

민주당 정치인으로 3선 뉴욕주 주지사를 역임했다가 이번에 독립후보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는 최근 보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논란을 일으켰다. 진행자가 “만약 또 다른 9·11 사태가 난다면, 맘다니가 시장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묻자, 쿠오모는 웃으며 “그는 아마 환호하고 있을 것”이라는 진행자의 발언에 “그게 또 다른 문제지”라고 맞장구쳤다.

이 발언은 즉각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입국 금지령’을 발표했을 때, 바로 그 쿠오모가 JFK 공항에 나가 시위대와 함께 “나는 뉴요커로서 무슬림이다”라고 외쳤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연대는 이제 정치적 공격으로 바뀌었다.

9·11 이후 이어진 ‘이중 충성’ 의심의 그림자

트럼프의 ‘뉴저지 무슬림 축하’ 발언(2015년)은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그것은 미국 사회에 오랫동안 잠재된 불신을 드러냈다. 9·11 이후, 수백 명의 무슬림 남성이 혐의도 없이 구금되거나 사소한 비자 문제로 추방됐다.

뉴욕경찰(NYPD)은 ‘인구통계학 부서’를 만들어 무슬림 지역과 모스크, 식당, 서점을 잠입 감시했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는 ‘항상 감시받는’ 불안 속에 살아야 했다. 법적 논란 끝에 이 부서는 해체됐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맘다니를 향한 공격은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라,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중 충성’(겉으로는 미국에 충성하지만, 종교와 출신국 때문에 상충되는 2개 국가에 충성하는 것)에 대한 의심, 그리고 미국 사회의 불안한 정체성 논쟁을 비춘다. 콜린 파월이 2008년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무슬림이라면 안 되는가? 무슬림은 미국인일 수 없는가?”

뉴욕의 유권자들은 이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더 뉴욕커는 “맘다니의 정치적 실험은 단지 한 후보의 도전이 아니라, 미국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가늠하는 ‘민주주의의 거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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