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여자 아베’ 다카이치 총리 등극에 일본서 첫 퍼스트맨이 된 야마모토 타쿠

다카이치 첫 여성총리 탄생에 일본 정치사에서 첫 “퍼스트맨의 탄생”…그녀의 남편과 가족 이야기에 쏠리는 관심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의 남편 야마모토 타쿠. 정치 경력을 갖고 있지만,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의 남편 야마모토 타쿠. 정치 경력을 갖고 있지만,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21일 일본 국회 중의원에서는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이 연출됐다. ‘여자 아베’라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였다. 그녀의 총리 선출은 정치‧경제적 함의뿐 아니라, 그 개인사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일본 현대사에서 전례 없는 존재, ‘퍼스트맨(First Gentleman)’의 등장이다.

정치사뿐 아니라 ‘가정사’도 이례적

다카이치 사나에는 전형적인 정치명문가 출신이 아니다. 일본 나라현의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부모 모두 일반 직장인이었다. 도요타 계열사에서 일하던 아버지, 공공부문에서 일하던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그녀는 고베대학을 졸업하고 기자, 연구원 생활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은 그가 ‘엘리트 2세 정치인’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한 인물이라는 정치적 신뢰성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번 총리 취임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정치적 행보가 아닌 가족사, 특히 남편과의 관계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총리의 ‘남편’이 공식 자리에 등장하는 순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퍼스트맨’ 야마모토 타쿠

다카이치 총리의 배우자는 야마모토 타쿠(山本拓) 전 중의원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1952년생으로, 정치 경력도 있었지만 현재는 은퇴한 상태이며,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총리 선출로 인해 그의 존재도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야마모토는 과거 후생노동성 정책에 관여했고, 재혼 가정으로 다카이치 총리와는 ‘혼인 후 자녀 없이 동거하며, 배우자의 전 자녀를 함께 돌본 가족 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내에서 아직은 낯선 ‘재혼 혼합 가족’ 형태로, 전통적인 정치가의 가족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총리 배우자, ‘퍼스트맨’의 역할은?

지금까지 일본 총리는 모두 남성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퍼스트레이디’가 외교무대, 자선활동, 의전행사 등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남성 배우자가 그 역할을 수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으로 야마모토 전 의원은 일본 역사상 첫 ‘퍼스트맨’이 되었으며, 그의 역할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내 보수적 문화에서는 남성이 조용히 뒷자리에 머무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새로운 시대정신은 퍼스트맨도 외교·문화·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퍼스트맨이 총리 부인의 역할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형 정치 가족”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간병과 양육, 사적인 역할에서 공적인 위치로

흥미로운 점은 다카이치 총리의 남편이 단순한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오랜 시간 질병과 간병의 현실을 함께 경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야마모토 전 의원은 뇌경색을 앓고 이후 반신불수 후유증으로 고통받았으며,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 활동과 함께 남편의 간병을 병행해 왔다고 한다.

또한 남편의 전혼 자녀를 사실상 함께 양육하면서 비(非)혈연 가족의 일상까지 경험한 다카이치 총리는, 그 경험을 통해 돌봄 정책과 가족복지에 대한 시야를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현재 고령화와 간병 위기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처럼 실제로 간병을 경험한 총리 부부가 정책 현장에 현실감 있는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일본의 정치문화에 던지는 질문

이번 ‘퍼스트맨의 탄생’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 그 이상이다. 일본의 가부장적 정치문화, 총리 가족에 대한 성역할 기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재구성 문제까지, 다카이치 총리 부부는 일본 정치문화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녀의 총리직 수행보다 어쩌면 더 주목할 것은, 퍼스트맨이 어떤 방식으로 조용히 또는 적극적으로 일본 사회와 소통하게 될 것인가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등장한 지금, 그 옆에 선 ‘최초의 남편’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이것이 새로운 시대가 던지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