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APEC 정상회의 앞두고 탄도미사일 도발…대남 위협 강화·핵보유국 인정 압박 겨냥한 전략적 노림수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북한이 약 5개월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단순한 무력 시위 차원을 넘어, 정치적·전략적 계산에 근거한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중 정상의 방한 및 APEC 회담에서 북한 이슈를 사전에 선점하고, 국제 사회에 대한 존재감 과시와 내부 결속을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도발로 볼 수 있다.
▌ APEC 회담과 북미·북중 외교를 겨냥한 존재감 과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감행됐다. 이는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의제를 부각시키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에게 "북한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중 간 외교 이벤트, 한미 정상회담, 또는 유엔총회 같은 주요 외교 행사 직전 도발을 감행해왔다. 이번에도 APEC을 계기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북한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의 '변수'로 떠오르기 위한 전략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
▌ 전략적 위협 수위 조절과 대남 무력시위 성격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화성포-11다-4.5’로, KN-23 계열의 개량형이다.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본뜬 것으로 알려졌으며, 저고도·고기동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회피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된다. 북한은 여기에 4.5t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탑재해 파괴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거리지만 고정밀 타격 능력을 통해 한국의 전략 자산이나 주요 군사 시설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남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또한, 이번 시험은 단일 미사일이 아닌 ‘수 발’을 발사한 것으로, 북한이 미사일 동시다발 운용 능력을 시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유사시 다량의 미사일로 한국의 방어망을 포화시켜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 ICBM 및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단계적 압박
북한은 이미 지난 9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을 공개한 바 있다. 화성-20형은 다탄두(MIRV)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유한 ICBM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러한 전략무기 체계 개발의 연장선에서, 단계적 도발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압박 수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전술로 해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향해, 더 이상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인정’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입장을 명확히 해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사일 시험은 군사 기술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무시할 수 없는 협상 당사자임을 부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 국내 정치적 효과와 체제 결속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 경제난과 식량난, 대외 제재 속에서 고립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성과는 주민들에게 지도부의 정당성과 능력을 부각시키는 수단이 된다. 또한, 열병식 및 미사일 발사 등은 군부 중심의 권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번 도발은 2025년 들어 다섯 번째 미사일 발사이며, 그 중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5개월 만이다. 빈도는 낮아졌지만, 중대 외교 일정에 맞춘 ‘타이밍형 도발’은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화성-20형 ICBM 시험발사 가능성,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실험 등 추가 도발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 국면 전환 또는 강대강 대치 속 긴장 고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