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국에 공수된 대당 3300억원짜리 트럼프 전용 헬리콥터 ‘마린 원’

세계 최고 수준의 비행 안전과 보안 체계를 갖춘 대통령 전용 헬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도 동행한 ‘하늘 위의 백악관’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 @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 @뉴스임팩트 자료사진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이동 시 탑승한 ‘마린 원(Marine One)’은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과 기술을 갖춘 항공기 중 하나로 꼽힌다. ‘마린 원’이라는 명칭은 특정 기종의 이름이 아니라, 대통령이 탑승 중일 때 미 해병대 소속 헬리콥터가 사용하는 호출부호(콜 사인)다. 즉, 어떤 헬리콥터라도 대통령이 타면 그 순간 ‘마린 원’으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젠하워가 처음 시작한 미 대통령의 헬기 이동 전통

미국 대통령의 헬기 이동은 19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헬리콥터가 군용으로 실전 배치됐지만, 안전성 문제로 대통령의 이용은 한동안 금지됐다. 그러나 냉전이 심화되며 핵공격 시 긴급 대피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1957년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처음으로 헬기를 이용했다. 그는 벨(Bell) H-13J 기종을 타고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했는데, 이는 ‘오퍼레이션 얼러트(Operation Alert)’라는 훈련의 일환이었다. 이때부터 헬기는 대통령의 필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의 벨 헬기는 작고 불편했기 때문에 곧 더 크고 안정적인 모델로 교체됐다. 당시 미 공군이 운용한 헬기는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타면 ‘아미 원(Army One)’으로 불렸고, 해병대가 운용할 경우 ‘마린 원’으로 불렸다. 이후 1976년부터 대통령 헬기 운용은 해병대 헬기 비행대대 제1부대(HMX-1, “나이트호크스”)가 전담하게 됐다. HMX-1 소속 조종사들은 미군 내에서도 가장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친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백악관의 이동 임무뿐 아니라 해외 순방 시에도 대통령 전용 헬기를 운용한다.

29일 경주 상공을 비행 중인 마린 원. @연합뉴스
29일 경주 상공을 비행 중인 마린 원. @연합뉴스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의 상징, 시코르스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마린 원은 시코르스키(Sikorsky) VH-3D 혹은 VH-60N 기종이었다. VH-3D는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도입된 모델로, 여전히 대통령 이동용 주력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 헬기는 시속 약 241km(150마일)로 비행할 수 있으며, 방탄 장갑, 대공미사일 회피 장치, 전자기 펄스(EMP) 차폐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핵폭발 시 발생할 수 있는 전자파에도 통신과 제어가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실내에는 회의용 좌석, 통신 장비, 화장실 등이 설치돼 있다.

또한 마린 원은 항상 ‘디코이(Decoy)’ 헬기, 즉 미끼 역할을 하는 동일한 외형의 헬기들과 함께 편대로 운항한다. 이들 헬기들은 모두 동일한 외관과 속도를 유지해, 외부 감시자들이 어느 기체에 대통령이 탑승했는지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한다. 착륙 시에는 항상 제복을 갖춘 해병 한 명이 헬기 문 앞에 서서 대통령을 맞이하는데, 이는 ‘해병대 의전 전통’으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부통령이 이용할 경우 같은 헬기가 ‘마린 투(Marine Two)’로 불린다.

마린 원은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유투브
마린 원은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유투브

트럼프 1기 때 DMZ 주변 이동에도 활용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때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마린 원은 오산 미 공군기지와 서울 인근 지역, 비무장지대(DMZ) 주변 이동 등에 활용됐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이 인천공항 또는 오산 기지에 착륙한 뒤, 짧은 거리의 이동은 마린 원 편대로 이뤄졌다. 헬기 내부는 최신 통신 시스템이 설치되어 백악관, 국방부, 심지어 핵무기 통제망과도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존 VH-3D와 VH-60N의 노후화로 인해, 미 해병대는 시코르스키 S-92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VH-92 헬기를 개발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에 시작되었으며, 각 기체당 제작비가 약 2억 3700만 달러(한화 약 3300억 원)에 달한다.

마린 원 크기. @유투브
마린 원 크기. @유투브

마린 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대통령의 생명과 국가 지휘 체계를 동시에 보호하는 ‘하늘 위의 백악관’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순방 중 이용한 마린 원은 미국의 첨단 기술력, 군사력, 그리고 대통령 경호 체계의 정점을 상징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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