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물기 잇단 남미 순항…베네수엘라, 러·중·이란에 군사 지원 요청 속 남미서 미·러 ‘신냉전 전선’ 본격화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최근 러시아 화물기 ‘아비아콘 지토트란스’가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 친러시아 국가들을 순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새로운 긴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화물 운송을 넘어, 양국의 지정학적 세력 다툼이 남미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 베네수엘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전혀 다른 셈법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오랫동안 ‘불법 정부’로 규정해왔다. 워싱턴은 2019년부터 경제 제재를 강화했고,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해군 함정을 재배치하며 ‘마약 밀매 연루’ 혐의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는 단순한 마약 단속이 아니라, 정권 압박을 위한 전략적 경고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베네수엘라가 러시아 및 이란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필요시 제한적 군사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반면 러시아는 베네수엘라를 미국 견제의 남미 전초기지로 인식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전투기, 헬리콥터, 지대공 미사일 등을 판매하며 방산 협력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군사 고문단 파견 및 정보 협력 강화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논란이 된 러시아 화물기 ‘일류신-76’의 라틴아메리카 순방 역시 무기 또는 군수물자 지원과 관련된 비공식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군사적 압박에 당황한 베네수엘라, 러시아 중국에 SOS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러시아·중국·이란에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카라카스 정부가 최근 러시아에 공식 서한을 보내 “신흥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 협력”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우리는 파트너의 주권 수호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남미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냉전 시절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시키는 대결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영토 내에 군사 자문단 또는 장비를 배치할 경우, 미국은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反)사회주의 노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대러 강경 노선과 중남미 개입 정책이 강화될 조짐이다.
▌ 미국 뒷마당에 사회주의 정권 용납 않겠다는 트럼프
베네수엘라 인근에는 쿠바·니카라과 등 친러 정권이 연쇄적으로 존재해, 미국의 제재망과 러시아의 지원망이 정면 충돌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돼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방의 제재로 차단된 경제·군사 통로를 남미에서 되살릴 수 있고, 미국은 이를 자국의 ‘뒷마당’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베네수엘라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된 미·러 신냉전의 남반구 확장전선이라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충돌보다는 정보전과 제재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러시아가 군사 자산을 베네수엘라에 실질적으로 배치할 경우, 미국의 봉쇄나 군사 시위가 현실화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미의 지정학이 다시 ‘대리전’의 무대로 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제 자국의 위기를 넘어, 세계 질서 재편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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