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방위비 2% 시대” 여는 日, 트럼프-다카이치 방위협력 내용은

안보동맹에서 경제·전략 협력으로 확장된 미·일 관계…방위비 증액과 무기 구매 압박 속, 일본의 ‘주권적 동맹’ 실험 신호탄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오른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오른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28일,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질서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동맹의 핵심 의제를 ‘방위협력’으로 규정하고, 방위비·무기체계·경제안보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적 거래’를 확인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굳건한 동맹 강화 선언이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방위비 분담 압박과 일본의 자주적 방위력 확대라는 상반된 흐름이 교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GDP의 2%” 일본, 전후 최대 규모 국방 전환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일본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까지 방위비를 조속히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전후 일본이 유지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결정으로, 사실상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기준에 맞춘 군사대국화 선언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히며, 일본이 “더 많은 미국산 방위장비를 구입할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미제 전투기, 미사일 방어체계, 정찰드론 등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재정 부담과 평화헌법 제9조의 해석 문제로 논란이 적지 않다. 방위비 증액이 곧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본 국민들의 반발과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도 다카이치 총리의 숙제다.

트럼프의 ‘방위비 카드’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를 지키는 비용을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다”며, 동맹국의 분담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일본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방위비 GDP 3% 수준까지의 증액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사실상 방위비 증액 압박은 현실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계산은 명확하다. 일본과 한국이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방산업체의 주요 고객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번 회담 직후 일본의 미 방산 수입 확대설이 잇따라 보도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제와 안보의 결합, ‘희토류 협정’의 의미

흥미로운 점은 이번 회담이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안보까지 포괄하는 종합 거래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양국은 희토류 공급망 협력에 관한 문서에 서명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안보 동맹을 경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일본은 미국에 약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즉, 일본이 방위비를 늘리고 경제적 기여를 확대하는 대신, 미국은 일본의 안보 우산을 지속 보장하는 ‘안보-경제 교환구조’가 재가동된 셈이다.

미일 주요 회담결과. @연합뉴스
미일 주요 회담결과. @연합뉴스

‘주권적 동맹’인가 ‘비용 분담’인가

겉으로는 화합의 메시지가 넘쳤지만, 이번 회담의 본질은 동맹의 재조정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일본을 삼고자 하며,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보다 ‘주권적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균형점이다.

미국의 요구가 과도할 경우 일본은 종속적 동맹으로 회귀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일본이 독자 노선을 강화하면 미국은 이를 경계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이 “협력과 자율 사이의 외줄타기”로 평가받는 이유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군사지형

이번 회담은 단기적으로 미·일 간 연합작전 확대와 군수협력 심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위대의 작전 범위는 남서도서(오키나와~대만 인근) 지역을 넘어, 인도양·남중국해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일이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체계 통합, 인공지능 기반 지휘통제시스템(C2) 공동개발 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국방비 증액을 넘어, ‘기술동맹’의 단계로 진입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냉전 회귀적 조치”로 비판하고 있어, 향후 인도-태평양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에서 전략으로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트럼프식 실리 외교’와 ‘다카이치식 자주국방’이 맞닿은 지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비용과 거래의 언어로 동맹을 재구성했고, 다카이치는 ‘전후체제에서 벗어난 일본’을 내세워 응답했다.

결국 두 지도자의 만남은 단순한 방위비 협상이 아니라, 전후 80년 만에 일본이 스스로를 ‘군사행위의 주체’로 선언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동맹의 이름 아래 진행된 이 변화가 ‘안보 강화’로 귀결될지, 아니면 ‘동북아 군비경쟁’의 불씨로 남을지, 그 판단은 앞으로의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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