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이후 가장 위협적인 ‘핵 수중 무기체계’의 등장, 해양 패권 재편 신호인가 촉각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러시아가 세계 군사 균형을 뒤흔들 신형 핵잠수함을 세상에 드러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1일(현지시간) “오늘은 우리에게 중대한 날이다. 세브마쉬 조선소에서 중(重)핵추진 미사일 순양함 하바롭스크가 진수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러시아 해군사령관 알렉산드르 모이세예프 제독이 잠수함 선체에 샴페인을 깨뜨리는 전통적인 세리머니를 마친 뒤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핵으로 구동되는 무인 2차 공격 시스템’(일명 포세이돈)을 실전 배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포세이돈’ 핵어뢰 탑재, 세계 최초의 신개념 핵잠수함
국방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새 잠수함은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로봇형 무기체계를 탑재한다”고 확인했다. 러시아가 ‘포세이돈’이라 명명한 이 무기는 기존 핵무기 체계와 차원이 다르다. 거대한 어뢰 형태의 이 장치는 핵추진 엔진과 메가톤급 핵탄두를 동시에 탑재한 ‘핵 추진·핵탄두 복합체’로, 해저 깊숙한 곳을 대륙간 거리로 항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종말 이후(post-doomsday)’ 시대의 무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포세이돈의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 이어져 왔다. 소형 원자로가 장착된 이 무기는 핵폭발에 버금가는 위력을 가지며, 실전 배치 시 도시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2018년 이 무기의 존재를 공식화하며 “미국의 해상 방어망을 무력화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실체가 불분명했지만, 이번 하바롭스크 진수로 그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 분명해졌다.
건조는 2014년 7월 시작되었으며, 약 10년 만에 공개됐다. 푸틴은 최근 포세이돈의 핵반응로 시동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실험은 북극해 노바야제믈랴 동쪽의 카라해에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 외형은 ‘보레이-A급’ 닮았지만, 실체는 완전히 다른 무기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잠수함의 후방 일부만을 보여주지만, 선미 구조는 기존 보레이-A급 전략 핵잠수함과 유사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하바롭스크는 ‘완전히 새로운 클래스’의 잠수함이다. 러시아 해군은 이를 “중(重)미사일 순양함”으로 분류하지만,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대신 핵추진 장거리 초대형 어뢰를 운용한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다. 즉, 미사일 대신 ‘핵 어뢰’를 탑재한 핵잠수함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해양 전략무기다.
하바롭스크는 6기의 포세이돈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후 태평양함대와 북해함대에 각각 1척씩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제2함 울리야놉스크는 2017년에 건조가 시작됐으나, 진수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잠수함은 아직 일련의 해상 시험을 완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상 러시아의 신형 핵잠수함은 실전 배치 전 최소 1년 이상 시험항해를 거친다. 따라서 하바롭스크의 완전한 작전배치는 2026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잠수함판 스푸트니크 쇼크’…해양 군비경쟁의 새 서막
한편, 이번 공개는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추진해온 ‘핵심 해양전략의 전환’을 상징한다. 포세이돈 체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우회하여 심해에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즉, ‘2차 보복 능력’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현재까지 포세이돈의 시험과 개발에는 오스카-II급 잠수함 벨고로드, 디젤잠수함 사로프, 그리고 해상지원선 아카데믹 알렉산드로프 등이 참여해 왔다. 이들 선박은 러시아의 수중 로봇무기 실험 플랫폼으로 활용돼 왔으며, 하바롭스크는 그 결과물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번 진수는 단순한 무기 공개가 아니라, 냉전 이후 다시 가속화되는 ‘해양 핵무기 경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가 심해 핵무기 시대를 열면서, 미국과 나토는 물론 중국까지 해양전력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하바롭스크와 포세이돈의 등장은 21세기 군사 전략의 지형을 다시 그릴 수 있는, 그야말로 ‘잠수함판 스푸트니크 쇼크’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