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측 전면 공세로 양국 간 전쟁급 긴장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중국과 일본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사실상 ‘대만 개입’을 공식화한 이후,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는 연일 수위를 높인 경고와 위협을 쏟아내고 있다. 대만해협이 아닌 동중국해, 그리고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일 직접 충돌 가능성이 갑작스럽게 국제 안보 담론의 전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 ‘모든 후과는 일본 책임’…중국, 대대적 반격 준비 과시
중국중앙TV(CCTV) 계열 매체 ‘위위안탄톈’은 16일 “중국은 이미 실질적 반격 준비를 마쳤다”며 전례 없이 강경한 어조를 사용했다. ‘정면 공격(迎頭痛擊)’이라는 표현은 중국 외교에서 흔히 쓰지 않는 단어로, 군사적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도 평가한다.
중국은 대응 조치로 ▲대(對)일본 제재 ▲양국 정부 간 교류 중단 ▲일본에 대한 경제적 압박 등을 거론하고 있다. 중국이 실제로 일본 정치인들과 단체에 제재를 가한 이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보복 가능성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가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중국 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편 무료 취소에 나선 것 또한 사실상 ‘1단계 압박’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교육부가 유학 경고까지 내린 것은 양국 관계가 이미 민간 교류로 번지는 ‘사회적 충돌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 중국, 군사력까지 거론…대만 아닌 일본을 겨냥한 압박
중국 관영매체는 항공모함 랴오닝함·산둥함·푸젠함, 경항모 쓰촨함, 둥펑 미사일 등을 언급하며 일본을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이는 중국의 경고 메시지가 외교적 언어가 아닌 군사적 신호로 진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16일 중국 해경이 센카쿠 열도 인근을 공개 순찰했다고 밝힌 것은 일본을 향해 “영토 문제에서 일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동중국해에서도 일본을 압박하는 양면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일본 언론 “다카이치 정부, 위험한 도박”
일본 언론들도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보수·진보 매체 모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국을 자극했다 △향후 경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보수 성향 매체는 “중국의 과도한 반응”을 지적하며 일본의 안보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진보 성향 언론은 “총리의 발언이 한중러의 동시 반발을 불렀다”며 외교적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일본 내부에서도 “대만 사태를 논하다가 오히려 일본이 중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다만,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발언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약간 웃돌았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관련 위기 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에 48.8%가 찬성, 반대는 44.2%였다. 또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9.9%로, 전월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다카이치를 지지한다는 얘기다.
▌ 중국 언론 “다카이치는 도발적 정치인” 규정, 연일 집중 포화
중국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를 ‘도발적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대만 문제에 개입하면 일본이 큰 대가를 치를 것 △일본은 중국 경제·무역에 고도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동맹 의존은 위험한 전략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향해 ‘불장난하다 불에 탄다(玩火必自焚)’,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 같은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는 건 이례적이다. 중국 외교 메시지의 강도가 북핵 위기나 미중 대결 때 사용된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만보다 일본과 먼저 충돌?’ 우려 현실화
국제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정작 예상치 못한 ‘중·일 충돌’이 먼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그 이유로는, 센카쿠 열도는 실질적 영토 분쟁 지역으로, 대만해협보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 중국은 일본의 대만 개입 발언을 ‘레드라인’ 침범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대만 문제는 중국이 최우선 안보 사안으로 삼고 있어 일본을 강력히 압박할 명분이 있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중·일 군사 활동이 실제로 겹치는 지역이 많다는 것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중국해에서 양국 군함·해경선이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는 ‘여자 아베’라 불릴만큼, 강경 보수 성향으로,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유형의 지도자라는 점도 양국 간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
▌ 중·일 관계, ‘신냉전 구도’로의 진입
현재 중·일 관계는 경제·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동시 악화되는 전면적 마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양국 모두 강경해진 국내 분위기 속에서 한발 물러설 여지가 크지 않아,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간의 직접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동아시아 전체가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더 이상 “대만 위기”만이 아니라,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중·일 위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