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홀린 K방산 ①] 폴란드는 왜 K2 전차를 선택했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방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무기 체계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있다. 폴란드와 체결된 1000대 규모의 공급 계약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기술 이전·현지 생산·장기 정비 협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수출 모델로 평가받는다. <편집자주>

폴란드 육군이 운용중인 K2 전차. @연합뉴스
폴란드 육군이 운용중인 K2 전차.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폴란드가 한국의 K2 전차를 선택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라는 안보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폴란드는 자국을 동유럽 최전선 국가로 인식하며 대규모 무기 도입 계획을 추진했다. 특히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언제든 자국 안보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단기간 내 대규모 전력 증강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시간과 효율성이었다. 독일의 레오파르트2나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는 오랫동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핵심 전력으로 자리해왔지만, 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게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의 K2는 이미 양산 체제를 갖춘 상태에서 단기간 대규모 납품이 가능했고, 성능 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1000대 이상, 12조 원 규모의 빅딜

폴란드와 현대로템이 체결한 계약은 총 1000대 이상의 K2 전차 공급을 포함한다. 계약 규모는 12조 원 이상으로, 한국 방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계약 내용을 보면, 초도 물량 약 180대는 한국에서 직접 생산해 납품을 시작하고, 후속 물량 약 820대는 ‘K2PL’ 전차로 개량, 폴란드에서 현지 조립·생산하는 방식이다. 기간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 납품하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술 이전과 현지 조립, 부품 현지화가 포함된 계약 조건이다.

이 계약은 단순 수출 계약이 아니라, 장기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산업 협력 패키지를 동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폴란드가 K2를 선택한 세 가지 이유

첫째는 고성능이다. K2 전차는 자동장전 장치, 하이드로뉴매틱 서스펜션, 디지털 전장관리 시스템 등 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지형 적응력이 뛰어나 산악과 습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하며, 나토 표준 규격에 맞춘 무장과 통신체계도 장점으로 꼽힌다.

둘째는 빠른 납기다. 폴란드는 전차를 당장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독일·미국의 전차는 생산 및 납품 일정이 최소 3~5년 이상 소요됐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23년부터 초도 물량을 즉시 납품하며 신속한 전력화를 약속했다. 실제로 폴란드는 계약 체결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산 K2 전차를 전력에 편입할 수 있었다.

셋째는 유연한 기술 이전이다. 폴란드 정부는 단순히 외국산 무기를 들여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국 방산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원했다. 한국은 현지 생산(K2PL), 기술 이전, 부품 현지화를 약속하며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는 독일·미국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부분으로, 한국의 유연한 협상 전략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한국식 방산 모델은 파트너십 패키지”

이번 계약에 대해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는 “한국의 방산 수출 모델은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라 ‘파트너십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즉, 무기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산업 협력·기술 이전·현지 생산 지원을 제공해 구매국의 정치·경제적 요구까지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디펜스 뉴스는 또 “폴란드의 K2 선택은 단순히 값싼 대체재를 찾은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납품자를 확보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유럽에서 한국 무기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사례”라고 분석했다.

유럽 전차 시장의 판도 변화

폴란드의 결정은 단순한 계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토의 핵심 회원국이자 EU(유럽연합) 내 중요한 군사·정치적 거점인 폴란드가 한국산 전차를 선택한 것은 유럽 전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유럽 전차 시장은 독일의 레오파르트2와 미국의 M1 에이브럼스가 양분해왔다. 그러나 K2가 유럽에 발을 들이면서, 향후 체코·노르웨이·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인접국들로의 확산 가능성도 커졌다. 이는 단순히 한국 무기의 수출 성과를 넘어, K-방산이 유럽에서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계약은 한국 방산 산업이 글로벌 무기 시장의 중심 무대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앞으로 이 성공 사례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지, 그리고 현대로템이 ‘K-육상무기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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