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홀린 K-방산, 미국 이어 수출 2위

신속한 납기·가격 경쟁력·틈새시장 선점이 성공 비결

폴란드 국군의 날 퍼레이드. @연합뉴스
폴란드 국군의 날 퍼레이드.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한국 방위산업이 유럽 무기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신흥 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비 확충을 서두르는 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과거 미국·러시아·프랑스 중심으로 재편되던 글로벌 방산 판도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토 무기점유율 6.5%, 탱크와 자주포는 세계 1위=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도를 통해 한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공급한 무기 점유율이 6.5%에 달해 미국(6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전했다. 이는 불과 5년 전과 비교해 4.9%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유럽 내 한국 방산의 급부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세부 품목별 성과는 눈에 띈다. 한국은 탱크와 자주포 수출량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전투기 부문에서도 미국·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출을 달성했다. 세계 10위권 무기 수출국에 불과하던 한국이 단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신속한 납기와 대량 공급 능력=첫째, 한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른 납기와 안정적인 생산능력이다. 냉전 종식 이후 생산 라인을 축소했던 유럽 방산업체들은 전시 수준의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규모 양산 능력을 유지하며, 발주 후 몇 년이 걸리는 서방 무기와 달리 계약 후 1~2년 내 실전 배치가 가능한 무기 공급 체계를 갖췄다.

대표적 사례는 폴란드의 대규모 무기 도입이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화되자 서둘러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도입했다. 폴란드 정부는 “단기간 내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가 한국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실제로 계약 후 불과 몇 달 만에 첫 납품을 성사시키며 유럽 내 신뢰를 확보했다.

가격 경쟁력과 ‘가성비’ 무기=둘째, 합리적인 가격도 한국 무기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첨단 무기를 보유한 미국,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성능 대비 가격이 낮아 ‘가성비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이미 한국군에서 실전 배치되어 운용 신뢰성이 높고, 동시에 동유럽 국가들의 국방 예산 범위에 맞춰 도입할 수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방산 구매 시 예산 제약이 크다. 그러나 러시아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고성능·저비용의 한국 무기는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는 한국산 K9 자주포를 도입했고, 루마니아와 체코 등도 한국 무기 구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불을 뿜고 있는 K2 전차. @연합뉴스
불을 뿜고 있는 K2 전차. @연합뉴스

글로벌 방산 판도의 공백을 선점=셋째, 글로벌 방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한국의 약진을 가능하게 했다. 과거 세계 무기 시장을 삼분하던 러시아와 유럽은 최근 들어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장비 손실을 입었고, 무기 수출보다 자국 군대 재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오랫동안 줄여온 생산능력을 아직 회복하지 못해, 긴급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 공백을 한국과 튀르키예가 파고들었다. 한국은 유럽과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적어 수출 규제나 정치적 부담이 적은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와도 안정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미국 무기는 비싸고, 러시아 무기는 불가능한’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유럽의 신뢰 확보, ‘메이드 인 코리아’ 확산=유럽 각국은 한국 무기를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해 장기적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K2 전차 현지 생산 라인이 이미 가동 단계에 접어들었고, 향후 유럽 내 추가 생산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한국 방산업이 유럽 군수 생태계에 뿌리내리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방산의 강점으로 “신속한 납기, 합리적 가격”을 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숙련된 인력이 서방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잠재적 약점으로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인력 양성과 부품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5위권 진입 노려=한국은 현재 전 세계 무기 수출국 순위에서 1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유럽 내 점유율 확대 속도를 감안할 때 조만간 5위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프랑스·영국에 이어 ‘글로벌 빅5 방산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도전 과제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럽 시장에서의 단기 성과를 장기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려면,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함께 품질·서비스 신뢰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느냐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더 이상 방산 수입국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유럽에서의 성공은 K-방산이 세계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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