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트럼프 관세로 美비중 45→37% 줄었는데, 전체 자동차 수출은 되레 17% 증가

‘트럼프 관세’에도 잘 버틴 한국 자동차 수출…대미 의존도 줄고, 유럽·아시아 중심 다변화 가속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수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시장에서 전기차 수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 관세’라는 역풍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9월 수출 현황을 보면, 미국 시장에서는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했지만,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시장 다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구조가 점차 미국 중심에서 다극화되는 흐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대미 수출, 7개월 연속 감소…“25% 관세 직격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9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3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했다. 이는 4월부터 발효된 트럼프 행정부의 25% 수입차 관세 부과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이후 한국산 차량의 대미 수출은 ▲3월 -10.8%, ▲4월 -19.6%, ▲5월 -27.1%, ▲6월 -16.0%, ▲7월 -4.6%, ▲8월 -15.2%, ▲9월 -7.5% 등으로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 결과, 한때 전체 자동차 수출의 45% 이상을 차지하던 미국 시장의 비중은 약 37%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9월 전체 수출액이 64억1000만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대미 수출 비중은 약 37.1%(23억8000만 달러)로 계산된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9월에는 43~45%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미 의존도가 빠르게 완화되는 추세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보호무역 강화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완성차 업계의 시장 다변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아시아 수출 급등…‘탈(脫)미국형’ 구조

미국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9월 전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8% 증가한 6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9월 기준 최고 실적이다.

이러한 성장은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시장의 폭발적 증가 덕분이었다. EU 수출은 9억6000만 달러로, 52.8% 급증했고, 기타 유럽의 경우 7억2000만 달러로 81.2% 폭등했다.

아시아의 경우 8억2000만 달러로 62.3% 증가했고, 중남미도 3억1000만 달러로, 36.4% 증가했다. 다만, 중동은 3억8000만 달러로, 10.1% 감소했다.

이 수치를 종합하면, 유럽(기타 포함) 시장이 전체 수출의 약 26.8%를 차지하며 대미 시장의 비중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아시아 시장 역시 12.8% 수준까지 확대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과 유럽 시장의 격차가 두 배 이상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유럽-아시아’ 3대 축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의 수출 증가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인기가 급상승한 영향이 크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 내 친환경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한국산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이 가격 대비 품질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 탈출, 친환경차가 성장 견인

9월 친환경차 수출은 9만496대, 전년 대비 47.5% 증가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수출이 2만9288대로 38.9% 증가, 4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하반기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던 전기차 시장이 점차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또한 하이브리드차(5만7824대, +55.7%)가 전체 성장세를 견인했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3384대, +8.6%)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각국의 탄소 감축 목표 강화와 유럽·아시아 시장의 인프라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즉, 친환경차 수출이 대미 시장 감소를 실질적으로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국산차. @연합뉴스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국산차. @연합뉴스

트럼프 리스크 넘어, 유럽·아시아 중심 한국차 수출 구조 재편

전체 수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9월 한국 자동차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여전히 가장 크지만 40% 이하로 떨어졌으며, 유럽과 아시아가 급속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관세 회피 효과,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차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 확산과 친환경 기술 경쟁력 강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구조 변화로 해석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재 ‘트럼프 관세’라는 변수를 마주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수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업계는 향후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판매망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동남아 시장에서의 현지 조립 및 전기차 인프라 협력 확대가 주요 전략으로 거론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이 541억 달러로 작년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며 “미국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관세’라는 악재 속에서도 유럽·아시아 중심의 탈미국형 수출 구조로 재편되며,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에 한층 강해진 체질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