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결산 ②] 中 희토류 수출통제 1년 유예, 美에 주어진 1년 레이스

펜타닐 협력과 맞바꾼 10% 관세 인하 뒤에 숨은 희토류 패권전쟁의 진짜 본질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주석에게 귓속말을 하며 특유의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시 주석이 어색해 하는 표정이 묘하게 대비된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주석에게 귓속말을 하며 특유의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시 주석이 어색해 하는 표정이 묘하게 대비된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단순한 관세 인하나 펜타닐 협력 합의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희토류’라는 전략광물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 정제량의 90%를 지배하는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미사일, 인공지능 칩 등 첨단산업의 핵심 원료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대중국 관세를 기존 55%에서 45%로, 10%포인트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분노해 당초 예고했던 내달 1일부터 발효될 100% 추가관세도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표면적으로는 ‘윈-윈’ 합의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두 강대국의 셈법은 전혀 다르다. 중국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국의 기술·자원 의존 구조를 유지시키는 반면, 미국은 그 1년을 자국 내 공급망을 재편하고 ‘희토류 탈중국화’ 전략을 가속화할 기회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간벌기 외교’, 1년의 유예는 협상카드의 연장선

중국은 이번 합의로 경제적 실리를 잃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정교한 계산 아래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희토류는 중국 공산당의 가장 강력한 외교 무기 중 하나다. 2023년 이후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은 이에 맞서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수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해왔다.

이 조치는 미국의 전기차·방산·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1년 유예 조치는 통제를 완전히 해제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 완화’에 불과하다. 중국은 여전히 희토류 채굴권과 정제시설, 수출허가 시스템을 모두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출 규제를 재개할 수 있다.

즉, 시진핑 정부는 “미국이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잠글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1년의 유예는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다음 협상의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한 ‘시간벌기 외교’에 해당한다.

미중 합의내용. @연합뉴스
미중 합의내용. @연합뉴스

미국의 대응, 희토류 독립을 향한 ‘1년의 레이스’

미국은 이 1년을 ‘공급망 재편의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미 2024년 이후, 미 에너지부와 국방부는 희토류 재활용 기술과 대체 공급지 확보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호주와 캐나다다. 호주의 라이너스 레어 어쓰(Lynas Rare Earths)는 이미 텍사스 공장에서 정제 설비를 가동 중이며, 캐나다는 미국과 공동으로 희토류 광산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 에너지부는 폐기된 전자기기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도시광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다. 새로운 정제 설비를 구축하고 상업화하려면 최소 3~5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정제에는 높은 환경오염 위험이 따르며, 미국 내에서는 주민 반발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은 실질적인 ‘자급화’로 이어지기에는 너무 짧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미국은 이 기간 동안 공급망의 다변화와 전략 비축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렵지만, 리스크 분산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은 가능하다.

‘1년 후의 시험대’

이번 미중 합의는 단순한 경제 협상이 아니라 기술·안보·산업 패권의 전초전이다. 중국은 희토류라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았고, 미국은 그 무기를 빼앗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

1년 뒤, 만약 미국이 대체 공급망 구축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다시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 것이고, 그때는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국이 어느 정도의 ‘탈중국화’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권력 구도는 크게 바뀔 것이다.

부산에서 시작된 이번 합의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새로운 ‘희토류 냉전’의 예고편이다. 결국 승부는 1년 뒤, 그 짧은 시간 안에 누가 더 효율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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