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결산 ①] ‘희토류-펜타닐-관세’ 3대 빅딜로 타협점 찾아…극한 대립 일단 봉합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시진핑-트럼프 회담,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지만 ‘정치보다 경제’ 실리 중심 외교 복귀 신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30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30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안보 갈등의 완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남기며 막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토류 수출 통제, 펜타닐 차단, 관세 조정 등 3대 핵심 현안에서 상호 양보안을 도출했다. 이는 미중 간 극단적 대립 구도가 ‘경쟁 속 협력’으로 재조정되는 신호로 평가된다.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중국의 목줄, 잠시 풀렸다”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정책이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정제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 첨단산업 공급망의 ‘약점’을 쥐고 있다. 최근 베이징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워싱턴은 이를 ‘전략적 무기화’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선언했다. 시진핑 주석은 1년간 수출통제를 유예하고, 필요 시 매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중국은 희토류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미중 간 전략광물 공급 안정화의 전환점으로, 반도체·전기차·방위산업 등 글로벌 첨단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연합뉴스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연합뉴스

펜타닐 차단 협력—“비극의 화학물질, 외교의 교환조건이 되다”

또 다른 주요 합의는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이다. 펜타닐은 미국 내 마약 사망자의 70% 이상이 관련된 ‘국가적 재난물질’로, 미국은 그 전구물질이 대부분 중국에서 유입된다고 지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중국의 비협조를 문제 삼아 ‘펜타닐 관세’ 20%를 부과해왔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10%로 절반 인하하기로 했다. 그는 “중국이 펜타닐 유입 차단에 협력하기로 했고,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관세를 낮춘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미국의 내부 치안 문제 해결과 대중 압박 완화를 동시에 달성한 일거양득의 외교적 거래로 평가된다. 중국 입장에서도 국제사회의 ‘마약 원산국’ 비판을 완화할 수 있어 상호 실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시진핑 주석이 30일 국빈 방문을 위해 한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30일 국빈 방문을 위해 한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 인하와 농산물 수입 확대—“경제 우선의 실리 외교 복귀”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전반적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 후 부활시킨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한 ‘부분 철회’ 조치로, 미중 무역전쟁 완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산 대두(콩) 등 농산물의 즉각적 대량 구매를 약속했다. 이는 트럼프의 주요 지지기반인 미국 중서부 농가에 직접적 호재로 작용하며,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 정치적 실익을 안겨주는 결과다.

기술·안보 이슈는 ‘협력의 여지’ 남겨

트럼프는 회담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중국 당국이 직접 협의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공급과 AI칩 관련 논의를 언급했다. 다만, 미국이 수출을 제한해온 ‘블랙웰’ 칩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국이 여전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통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도 미중이 글로벌 분쟁 관리에 일정한 공조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30일 미중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30일 미중정상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결에서 실리로’—6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이 남긴 메시지

이번 회담은 6년 만의 공식 미중 정상회담이자, 트럼프 재집권 이후 첫 대면이었다. 트럼프는 “놀라운(amazing) 회담이었다. 거의 모든 사안에서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회담을 10점 만점에 “12점”이라고 자평했다.

그의 아시아 순방은 말레이시아-일본-한국-중국 순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순방의 ‘하이라이트이자 결산점’이었다. 트럼프는 내년 4월 중국 방문 계획을, 시 주석은 이후 플로리다 팜비치나 워싱턴DC 방문 일정을 예고했다.

‘희토류-펜타닐-관세’ 3각 타협의 의미

이번 부산 회담은 전통적인 ‘안보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경제·산업·사회 문제 중심의 실용 외교로 회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는 미국 내 제조업과 농가, 시 주석은 자국 산업의 안정과 대외 이미지 개선이라는 실익 중심의 외교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희토류와 펜타닐이라는 상반된 교역 품목이 “한쪽은 전략물자, 한쪽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미중이 각자의 ‘통제 자산’을 협상 카드로 맞바꾸며, 대립보다 공존을 택한 외교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 것이다.

부산 나래마루 회담장은 단순한 외교 무대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숨통’을 틔운 조정의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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