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와 대두 수입 통제로 미국 압박…트럼프, 동맹과 연대·관세 카드로 맞불 준비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중국과 미국의 무역 긴장이 10월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9월 대미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을 전월 대비 28.7% 감소시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풍력발전기, 드론,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 공급국으로서 전략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수출 통제는 지난 4월 시행된 7종 중(重)희토류 수출 제한에 이어 진행된 것으로, 9월에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추가 희토류를 규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특히 중국 외부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중국 기술이 0.1% 이상 적용되면 수출 허가가 필요하도록 조치해 글로벌 공급망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 회담 앞두고 미국 겨냥한 전략적 압박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미국 내 산업과 정치적 압박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앞서 지난 6월 AI용 반도체 엔비디아 H20의 수출을 재개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압박을 완화했다가 다시 강력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며 협상력을 높인 바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이 썼던 압박전술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희토류와 함께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아예 중단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가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1~8월까지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9월에는 수입이 ‘0’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에 전략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대두 수입을 확대하며 수입선 다변화를 명분으로 삼았다.
▌ 미중 전략과 대응
미국은 중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책도 모색하는 ‘양날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강공을 “중국 대 세계”의 대결로 규정하며,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호주 등 동맹과 협력해 희토류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 때문에 ‘3자리 관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는 12월 예정된 제2차 관세휴전 만료를 앞두고 양국은 무역 협상에서 양보 없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해 첨단반도체 기술 제한 조치와 관세 부과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으며, 조선, 대두, 식용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 APEC 정상회의, 향후 변수
외교가에서는 이번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미중 무역 분쟁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어떤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따라 희토류 공급망, 관세 문제, 첨단 기술 교류 등 다방면의 긴장이 완화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희토류와 농산물 수입 통제를 전략적 지렛대로 삼으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은 동맹과 연대, 관세·기술 카드 등으로 맞서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기술 경쟁력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APEC 정상회의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