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여론·상징성 모두 고려한 현실적 선택…시진핑–트럼프 6년 만의 회담, 경주 아닌 부산으로 향한 이유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30일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2019년 일본 오사카 G20 회담 이후 6년 4개월 만의 대면으로, 양국 간 긴장 완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회담장소로 결정된 김해공항 공군기지에 대해 외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자가 해외 군사기지 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후진타오(2011년 앤드루스 공군기지), 장쩌민(2002년 엘링턴 필드)을 비롯한 중국 주석들이 군사기지를 ‘경유’한 적은 있었지만, 기지 내부에서 회담을 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결정은 외교 형식과 장소 모두에서 매우 파격적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 “일반인 접근 불가, 경호 완벽한 시설”
SCMP는 김해공군기지 선정의 가장 큰 이유로 ‘보안’을 꼽았다. 공군기지는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고도의 보안시설로, 외부 시위나 돌발상황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한국외대 강준영 교수(중국학과)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공군기지는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고위험 방지 공간으로, 보안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 내의 미·중 양국에 대한 복합적인 여론 상황을 고려할 때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회담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한반도 내 반미·반중 정서가 동시에 확산되는 가운데, 두 정상의 동시 방문은 경호 당국 입장에서 큰 부담이었다. 군사기지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평가된다.
▌ ‘나래마루’ 검증된 VIP 의전 공간
김해공항 내 ‘나래마루’는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 접견실로 활용된 바 있다. 이 공간은 군사 보안시설과 VIP 의전 인프라가 결합된 복합 시설로, 전용 출입로·통신 차단장치·VIP 대기실을 완비하고 있다.
양국 정상의 이동 동선, 경호, 통신 보안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으며, 긴급 상황 발생 시에도 즉각 대피 및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의 최적 장소로 꼽히고 있다.
▌ 정치적 중립성과 상징성 확보
회담 장소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가 아닌 부산으로 결정된 이유는 단순히 보안 때문만이 아니다. 경주는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다자외교 무대이지만, 미중 회담은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담을 공식 행사장과 분리함으로써, 미중이 서로 ‘대등한 주권국가 간의 독립 회담’이라는 인식을 대외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군사기지는 특정 국가나 국제기구의 영향에서 벗어난 중립적 공간으로서, 외교적 상징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 효율적 동선과 의전도 고려
김해공항은 미중 양국 정상의 전용기 운항에 가장 적합한 위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시진핑 주석의 전용기 ‘에어차이나 1호기’ 모두 김해공항에 착륙 후, 곧바로 나래마루로 이동해 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회담 전후의 이동 시간 단축, 외부 노출 최소화, 경호 부담 완화 측면에서 큰 장점을 제공한다. 특히 APEC 정상회의 일정이 촘촘한 가운데, 효율적인 동선 확보는 정상 간 실무 협의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할 수 있게 한다는 관측이다.
▌ “안전, 중립, 상징성의 교차점”
결국 김해공군기지 회담은 보안상의 필요, 정치적 상징성, 여론 고려, 외교적 실용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군사기지라는 비일상적 공간은 양국 정상의 경호를 완벽히 보장함과 동시에, 외부 세계에 ‘긴장 속에서도 대화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현재 국제정세의 복잡한 권력 균형 속에서 ‘안보 공간에서의 외교’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김해공군기지 회담은 장소만으로도 세계 외교사에 기록될, 전례 없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