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 미·중 대면, ‘세기의 협상’ 될까 ‘잠정 봉합’ 그칠까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오는 30일, 경북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앉는다. APEC을 계기로 성사된 이번 회동은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의 대면 회담이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트럼프 2기 첫 아시아 순방의 ‘하이라이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말레이시아–일본–한국 순으로 이어진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안와르 총리와 회담하고, 아세안 주요국 정상들과 만찬을 갖는다. 일본에서는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첫 미일 정상회담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한 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이 “안보와 무역,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동남아–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일정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즉 중국을 견제하며 해상 방위선을 공고히 하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 美中 ‘세기의 담판’ 성사…의제는 관세와 전략물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 무역, 투자, 전략물자 등 핵심 경제 현안을 시 주석과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대좌는 당초 ‘약식 회담’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긴 회담이 될 것”이라며 깊이 있는 대화를 예고했다.
현재 미·중 관계는 다시 냉각기에 들어섰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해소와 펜타닐 차단을 명분으로 추가 관세를 예고했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섰다. 양국의 관세율은 100% 수준에 육박하며 사실상 무역 단절에 가까운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희토류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중국 역시 “싸우면 끝까지 싸운다”고 맞대응 의지를 보였다. 이번 회담이 이런 ‘치킨게임’을 끝낼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 ‘빅딜’ 시나리오, 상호 양보 통한 구조적 완화
만약 이번 회담에서 ‘빅딜’이 성사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역 합의가 아닌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고, 미국은 추가 관세를 일부 철회한다. 희토류 통제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대신, 미국은 첨단 기술 투자 규제를 완화한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축소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상에 중재 역할을 수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가를 구한 협상가”로, 시 주석은 “대등한 외교를 이끈 지도자”로 각자 정치적 성과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타협이 현실화되려면 양측 모두 일정한 ‘정치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스몰딜’ 시나리오, 일시 봉합에 그칠 수도
보다 현실적인 전망은 ‘스몰딜’, 즉 부분적 타협이다. 미국은 농산물·투자 분야에서 일부 성과를 얻고, 중국은 희토류 통제 완화를 미끼로 시간을 벌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계산, 그리고 시 주석이 2027년 4연임을 앞두고 불안한 경제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결과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발언 뒤 완화 제스처를 반복해왔다. 월가에서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중국 역시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 지방 부채 등 내부 경제 문제로 장기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렇게 볼 때 이번 회담은 ‘세기의 담판’이라기보다, 상호 피해를 최소화하는 ‘잠정적 봉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세기의 담판’은 아직 이르다
현재로선 30일의 미·중 정상회담은 ‘빅딜’보다는 ‘스몰딜’의 가능성이 우세하다. 양국 모두 내부 정치와 경제 여건상 전면적 타협을 감행하기 어렵고, 회담이 장기 전략 경쟁의 한 ‘숨고르기’ 단계로 기능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내년 초 방중이 실질적 ‘빅딜’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경주 회담은 그래서 “결정적 해답”보다는 “다음 국면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세계는 두 정상의 악수 뒤에 담긴 메시지를 주시하고 있다. 과연 이 악수가 글로벌 갈등의 완화를 알리는 서막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경쟁의 신호탄이 될지, 30일 경주의 공기가 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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