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F-35도 희토류 없으면 생산 불가…中 수출규제, 美 군사력 정조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미군의 심장을 조이는 ‘보이지 않는 무기’

중국의 희토류 규제가 미군의 군사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규제가 미군의 군사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중국이 최근 희토류(稀土類)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미국이 즉각 100% 보복관세를 천명하는 등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는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수출 통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전략적 의미가 숨어 있다. 바로 희토류가 미국의 군사력, 특히 첨단 무기체계의 핵심 동력원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비가시적 자원’, 희토류

희토류는 17가지 원소로 구성된 광물군으로, 그 자체로는 희귀하지 않지만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환경오염이 심해 생산이 까다롭다. 그러나 이들 원소는 현대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유도미사일, 스텔스기, 잠수함, 레이저 무기, 레이더 시스템 등 거의 모든 첨단 무기의 핵심 부품에 쓰인다.

예를 들어, 미군의 주력 전투기 F-35 라이트닝 II 한 대에는 약 418kg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네오디뮴(Neodymium)과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은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들어 비행제어 시스템, 스텔스 기능, 미사일 조준장치 등에 사용된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약 4600kg,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는 2600kg의 희토류가 투입된다. 잠수함의 구동 모터, 미사일 유도장치, 소나 및 레이더 시스템 등은 모두 희토류 자석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즉, 희토류는 미군이 ‘보이지 않는 전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중국, 세계 공급의 70% 장악

문제는 이런 전략자원이 중국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정제 기술은 90%에 가까워 사실상 독점 수준이다. 미국이 사용하는 희토류의 대부분 역시 중국산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미국의 군수 산업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렬히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반도체를 넘어 미국의 국방력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는 경제 전쟁이 아니라 안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 패권과 군사 우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기술 봉쇄’ 넘어 ‘무기 봉쇄’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단순히 첨단산업 견제를 넘어, 미국의 군사적 자율성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베이징은 반도체, 인공지능, 방산 기술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이중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RTX 등이 사용하는 핵심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 희토류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이 때문에 워싱턴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국내 채굴 확대, 동맹국과의 공급망 재편, 희토류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일본 등과 협력해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연합뉴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연합뉴스

“희토류 없이는 전쟁도 불가능”

전문가들은 희토류가 사실상 현대전의 ‘탄약’과 같다고 말한다. 총알 없이 전쟁을 할 수 없듯, 희토류 없이는 첨단무기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공군 관계자는 “희토류 공급이 끊기면 F-35 생산라인이 즉시 멈추고, 유도무기의 정밀도와 스텔스 기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분노한 이유는 단순한 통상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이 미국의 ‘기술심장’과 ‘군사신경’을 동시에 조여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희토류는 전쟁을 지배하는 새로운 자원이며, 중국은 이를 통해 ‘21세기형 자원전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트럼프의 분노는 단지 경제적 손실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지정학적 충격에 대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간의 전쟁은 총성이 없는 전쟁이지만, 그 결과는 전장의 승패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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