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 희토류 정제의 80~90% 장악
첨단 산업·군사력 좌우하는 무기화 우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중국 외교부는 15일 발표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폴란드를 방문해 시코르스키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 협력과 함께 희토류 수출 허가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양국 무역 협력 차원을 넘어, 세계 공급망과 산업 전략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이자, 지정학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희토류, 왜 중요한가=희토류는 이름 그대로 ‘드물다(rare)’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 지구상에 매장량 자체는 많다. 다만 채굴과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해,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제한적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풍력발전 터빈, 반도체, 군사 장비 등 현대 산업과 국방 전반에 쓰인다. 특히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네오디뮴(Nd) 자석, 군용 레이더에 필요한 유로퓸(Eu), 야간 투시 장비와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필요한 사마륨(Sm) 등은 대체재가 사실상 없는 전략 자원이다.
즉, 희토류는 21세기의 석유라 불릴 만큼 첨단 기술 산업과 군사력 경쟁의 기반을 이룬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안정적인 희토류 확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간주한다.
◇환경 재앙이 중국을 희토류 패권국으로 만들어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70%가 중국에서 나온다. 정제·가공 능력까지 합치면 사실상 세계 공급의 80~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패권국으로 부상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풍부한 매장량과 저비용 생산이다. 중국 내 몽골 자치구 바오터우 지역을 비롯한 여러 광산에는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이 존재한다. 특히 중국은 상대적으로 채굴 비용이 낮고, 정부 보조금과 인건비 경쟁력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
환경 비용의 외주화도 큰 몫을 했다.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는 독성 화학물질과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선진국 기업들은 환경 규제가 엄격해 채굴과 정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중국은 산업 성장 우선 정책 아래 환경 규제를 완화하며 대규모 정제 산업을 육성했고, 그 결과 세계 가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전략적 산업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1980년대 말부터 희토류를 단순한 광물 자원이 아닌 전략 자원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관리했다. 2010년 일본과 영토 갈등이 불거졌을 때,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일본 전자·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입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때 세계는 중국이 희토류를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던 것이다.
◇세계가 중국 희토류에 쩔쩔매는 이유
현재까지도 미국, 유럽, 일본 등은 희토류 자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광산은 과거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지였지만, 정제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독자적인 공급망 확보에 한계가 있다.
유럽 역시 환경 규제와 높은 채굴 비용 때문에 자체 생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폴란드가 중국과 협력해 희토류 공급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희토류 무기화 박차 가하는 중국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미국 반도체·군수 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2023년에도 중국은 일부 희토류 원소(갈륨·게르마늄 등) 수출 규제를 단행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줬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호주, 캐나다와 협력해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도 해저 광물 채굴을 통해 희토류 자급률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 중국 의존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