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명령이 내려진 인민해방군, 리상푸 국방부장 낙마 이후 계속되는 군 부패 감시 압박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중국의 군 통제 강화와 반부패 칼날이 다시 인민해방군(PLA)으로 향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들에게 절약과 긴축을 강조해온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군 내부에도 동일한 기조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일, 최근 공개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해설자료집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군수 부문 전반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명시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군 기강 확립’ 전략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 군사 관련 공식 문서에 처음 등장한 ‘긴축 명령’
이번 지침은 2026~2030년을 아우르는 제15차 5개년 계획 건의안과 함께 발표된 해설자료에 포함됐다. 중앙군사위원회 판공청의 추양(邱陽) 부주임은 글에서 “군 현대화는 고품질·고효율·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군수조달 체계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훈련·관리·장비 지원에 드는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군이 긴축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까지 언급했다.
이 같은 ‘긴축’이라는 표현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의 행정 및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는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군사 발전 계획과 관련된 공식 문서에까지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예산 절감 이상의 ‘군 통제 강화’ 신호로 보고 있다.
▌ 시진핑의 ‘군 기강 확립’ 전략 연장선
시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인민해방군의 정치적 충성심과 내부 청렴성을 군사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강조해왔으며, 이번 조치 역시 군 내부의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장기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추양 부주임은 “효율적 발전과 혁신 능력이 국제 군사 경쟁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군수조달, 연구개발, 장비 지원 등 군 운영 전반의 구조 개혁을 의미한다.
▌ 리상푸 낙마 이후 본격화된 군 내부 감시
실제로 인민해방군은 리상푸(李尚福) 전 국방부장의 낙마 이후 대대적인 내부 감사를 벌여 왔다. 리상푸 전 부장은 인민해방군 로켓군의 군수 납품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실각은 시진핑 체제의 군 내부 숙청이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상징했다.
로켓군은 중국 핵전력의 핵심 부대이자 시 주석이 직접 신설을 주도한 조직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3년 여름, 로켓군은 공급업체와 전문가 계약 약 200건을 일괄 해지하며 대대적인 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단순한 ‘계약 조정’이 아니라, 군수업체와의 유착 구조를 근본적으로 끊어내려는 의지로 해석됐다.
리상푸 낙마 이후에도 시진핑은 중국군 공식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고위직 9명을 숙청하는 등 '군 기강잡기'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예산·자산 감시 강화하라”
추양 부주임은 이번 글에서 군 예산 및 자산에 대한 통제 강화도 명확히 주문했다. 그는 “군 예산 관리 체계를 촉진하고 자산 감독을 강화해 한정된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확한 자원 배분과 효율적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군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자산 운용의 효율화를 통해 부패의 여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의 글에서도 반복됐다. 그는 “국가의 전략적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군 내부의 청렴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모든 부대가 자율적 통제와 외부 감시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진핑이 추진하는 ‘당의 절대적 군 통제’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대목이다.
▌ 겉으론 ‘강군(强軍)’, 속내는 ‘충성’ 겨냥한 피의 숙청
시진핑의 ‘군 부패사냥’은 2014년 곽보흥(郭伯雄), 서재후(徐才厚) 전 군사위원회 부주석 체포로 시작되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십 명의 장성들이 해임되거나 조사받았고, 그 여파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군 긴축령은 단순히 경제적 조정이 아니라, 군 통제의 강화와 반부패의 제도화라는 시 주석의 정치적 목표를 재확인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시진핑은 표면적으로는 ‘강군(强軍)’을 외치고 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충성스럽고, 깨끗하며, 효율적인 군대’다. 인민해방군이 이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피의 숙청’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