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통상 협상에서 삼성, 투자 협력 통해 정부 측에 힘 실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주요 기업들의 행보가 한층 달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은 가장 빠르고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보수적이고 내부 중심적이었던 삼성의 기업 문화와 대외 행보가, 이제는 개방적 혁신과 글로벌 연대라는 키워드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구도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편집자주>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AI·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간 국내 정치와의 거리를 유지해온 삼성이 정부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은 과거와 다른 장면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산업 국가전략’과 삼성의 글로벌 반도체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국정 아젠다와 기업 전략이 자연스럽게 교차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은 한미 통상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지난 7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반도체 공급망 및 첨단산업 협력을 주요 의제로 올렸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회장도 동행했는데, 이는 삼성과 한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상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통상 협상 국면에서도 이재용 회장은 정부 대표단과 긴밀히 움직였다. 미국 측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세부 조건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은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공동 대응의 기조를 유지했다. 과거라면 ‘정부 따로, 기업 따로’ 움직였을 협상에서, 이번에는 ‘정부와 기업이 한 팀’으로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혁신 투자와 사회적 책임의 강화
삼성의 변화는 해외 협상장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청년 고용, 연구개발 투자, 사회 공헌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 명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정부의 청년 고용 확대 정책과 맞물린다. 단순히 채용 규모만이 아니라, 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청년 인재를 대규모로 흡수하겠다는 점에서 ‘국가 전략과 기업 전략의 합치’가 나타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ESG 경영 측면에서도 삼성이 한층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탄소 배출 저감과 재생에너지 전환, 순환경제 프로젝트를 강화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추는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그린 뉴딜 2.0’ 정책과도 연결되고 있다.
▌ 정부-기업 간 신뢰 회복의 상징
무엇보다 큰 변화는 정부와 삼성 간 신뢰의 회복이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관계가 ‘밀월’과 ‘갈등’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통상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회장의 협력은, 새로운 관계 설정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현안에서 기업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고, 이 회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며 국가적 과제 해결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국식 ‘산업 외교’의 진화”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은 뒤따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나란히 서서 협력국과 대화하는 ‘쌍끌이 외교’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 삼성의 새로운 도전, 한국 경제의 새 길
삼성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 경제 전체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중 갈등, 기술 패권 경쟁 등 대외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는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동력이 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제 4개월을 향해가고 있다. 삼성은 단순히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위상만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 같은 협력 모델이 일시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제도로 정착하는 것이다. 삼성의 혁신과 도전, 그리고 정부와의 협력 관계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