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출발, 글로벌 초격차 복귀까지…AI와 혁신 동맹으로 재도약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27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력 회복,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이날은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지 3년이 되는 시점으로, 그의 경영 행보와 글로벌 리더십이 주가 상승세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 침체기 속 반도체 위기와 ‘5만전자’의 고비
삼성전자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5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반도체 부문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50~60%를 차지하는데, 이 부문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재고 조정 여파로 부진을 겪으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2023년 11월 14일에는 장중 4만9900원까지 떨어지며 잠깐이지만은 ‘4만전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해 초에는 33년 만에 글로벌 D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는 굴욕도 경험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 전략을 병행했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HBM, AI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에 나섰다.
▌ 주주가치 회복과 신뢰 경영
2023년 11월, 삼성전자는 주가 안정과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경영진도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줬다. 그 결과 2024년 들어 주가는 6만 원선을 회복했고, 올해 하반기부터 9만 원을 돌파한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날을 맞게 됐다.
주주 수도 다시 늘었다. 2025년 6월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504만9000 명으로, 1년 전보다 80만 명이 증가하며 ‘500만 국민주’의 명성을 되찾았다.
▌ ‘AI 동맹’과 초격차 복귀
이재용 회장은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오픈AI 등 세계 IT 공룡들과 잇달아 회동했다.
테슬라와의 23조 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2025년 7월), 애플과의 이미지센서 칩 공급 계약(2025년 8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약 700조 원 규모)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굵직한 계약들을 잇따라 터뜨렸다.
특히 8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의 회동은 큰 상징성을 지녔다. 이는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공급 협력과 향후 HBM4(6세대) 인증 작업에 탄력을 더했다.
▌ 실적 반등, 그리고 ‘10만전자’의 상징성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반전의 신호를 보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8% 증가, 매출 86조 원으로 사상 최초 80조 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부문은 6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완전한 회복세를 입증했다.
주가도 이에 반응했다. 10월 27일 개장과 함께 10만1300원으로 출발하며 사상 처음 ‘10만전자’를 달성했다. 시가총액은 597조 원에 달했다.
▌ AI·반도체·글로벌 동맹의 삼각축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은 ‘기술 초격차를 통한 생태계 주도’다. 그는 “AI·반도체·모빌리티는 인류 산업의 심장”이라며, AI 반도체 중심의 신성장 전략을 강조해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개발,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공급, 그리고 첨단 파운드리 확충을 통해 엔비디아·AMD·테슬라 등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10만전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반도체 불황을 돌파한 기술 혁신의 결과이자, 글로벌 신뢰를 되찾은 리더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년 전 이재용 회장이 취임할 당시 삼성전자는 코로나 팬데믹, 반도체 침체, 사법 리스크라는 ‘3중고’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삼성전자는 다시 세계 기술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이재용 3년’은 위기 속에서 다시 미래를 설계한 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제 AI와 반도체, 글로벌 협력의 삼각축을 기반으로 ‘10만전자’를 넘어, 차세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