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지상전력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글로벌 안보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프랑스의 전략 무대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세계 방위산업계에서 ‘유로사토리(Eurosatory)’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선 ‘지상전력의 미래 실험장’으로 불린다. 프랑스 파리 북부의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격년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육상 및 공중 방위 분야의 최신 기술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선보이는 세계 최대의 방산 플랫폼이다.
1967년 첫 개최 이후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유로사토리는 현재 60여 개국, 18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글로벌 방산 비즈니스의 핵심 행사로 성장했다.
▌ 지상전력 중심의 ‘올인원’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는 다른 국제 방산 전시회와 달리 ‘지상전력(Land Defense)’과 ‘지상-공중 통합작전’을 중점 주제로 다룬다. 참가 기업은 탱크,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 시스템, 군용 트럭 등 기존 육상 전력을 비롯해, 드론·로봇·사이버전·위성항법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무기체계를 선보인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AI 기반 전투 시스템, 자율주행 장갑차, 에너지 무기, 하이브리드 추진체계 등 차세대 군사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전시회장 외곽에서는 실제 무기 시연이 열려 관람객과 군 관계자들이 실전 수준의 성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나토와 유럽 군수산업의 허브
유로사토리는 단순히 민간 기업의 전시장이 아니다. 프랑스 국방부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며, 독일의 라인메탈, 프랑스의 넥스터, 영국의 BAE 시스템즈,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 유럽 주요 방산기업들이 국가관(내셔널 파빌론) 형태로 참여한다.
또한 미국, 이스라엘, 한국, 일본 등 나토 외 국가들도 활발히 참가하면서 국제 군수 협력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방위산업의 수출 촉진과 외교적 연계를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 이 행사를 ‘국가 차원의 전략 프로젝트’로 운영하고 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로사토리의 변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로사토리는 ‘현대 지상전의 현실적 과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참가 기업들은 포병 자동화, 무인정찰체계, 대드론 방어, 위성통신, 전자전(EW) 등 첨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2024년 전시회에서는 “탄약의 재고와 생산력 확보”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유럽 각국이 장기전에 대비한 군수 능력 확충을 추진하면서, 유로사토리는 유럽 내 방위산업 공급망 재편의 중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 한국 방산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한국 역시 최근 몇 년간 유로사토리 참가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한화디펜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기업이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Ⅱ, 비호복합 등 국산 무기를 선보이며 ‘K-방산’ 브랜드의 위상을 강화했다.
특히 한화는 2024년 행사에서 K9A2 자주포의 자동장전 시스템과 무인포탑 기술을 공개해 유럽 군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 업체들의 유로사토리 참가 확대는 유럽 시장 진출뿐 아니라, 폴란드·루마니아 등과의 협력·공동생산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 방위산업을 넘어, 기술·안보 담론의 장으로
유로사토리는 단순히 무기 전시회가 아니다. 매회 약 70여 개의 공식 세미나와 토론 세션이 열리며, 글로벌 군사 전문가와 기업 CEO, 정책 입안자들이 안보 전략, 공급망 회복력, 첨단기술의 군사 응용 등을 논의한다.
또한 최근에는 ‘탄소중립 군수산업’과 ‘지속가능한 국방기술’ 같은 미래지향적 주제가 포함되면서, 방위산업이 단순한 무기 제조를 넘어 기술혁신과 안보정책의 접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글로벌 육상 방산의 바로미터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로사토리는 세계 지상전력의 트렌드와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된다. 각국의 국방 정책과 산업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이자, 신흥기업에게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미래의 전장은 인공지능, 드론, 사이버, 에너지 전투가 결합된 복합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유로사토리는 바로 그 ‘전환기의 최전선’에서,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