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산전시회 시리즈 ④] 중동 방산 허브의 심장, IDEX

아부다비가 세계 방산 외교의 중심으로…첨단 무기, 석유 자본, 글로벌 협력이 맞물린 ‘21세기 방위산업의 교차점’

SNT다이내믹스, 현대로템과 함께 IDEX 2025 참가. @연합뉴스
SNT다이내믹스, 현대로템과 함께 IDEX 2025 참가.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아부다비가 만들어낸 ‘사막의 무기 엑스포’ IDEX는 중동 최대이자 세계 3대 방위산업 전시회 중 하나로 꼽힌다.

격년제로 개최되는 이 행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국립전시센터(ADNEC)에서 열리며, 육·해·공 전 분야는 물론, 사이버 안보와 인공지능 기반 무기체계까지 포괄한다.

IDEX의 영향력은 단순한 규모를 넘어선다.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의 방산 교류와 수출이 집중되는 플랫폼이자, 석유 자본과 군사기술이 결합된 ‘전략산업의 쇼케이스’이기 때문이다.

UAE 정부는 이를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며, 국영 방산기업 엣지 그룹(EDGE Group)을 중심으로 첨단 무기 수출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규모와 위상—중동이 주도하는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

2023년 열린 IDEX에는 65개국 1350개 이상 기업이 참가했으며, 전시 면적 16만㎡, 방문객 13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참가 기업에는 미국의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영국의 BAE 시스템즈, 프랑스의 탈레스,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 등 세계 주요 방산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UAE 왕세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이 직접 개막식에 참석해 중동의 ‘자주 국방’ 비전을 천명하며, IDEX를 “중동 안보 협력의 중심축이자, 지역 기술주권의 상징”으로 강조했다.

이 행사는 단순 전시회가 아니라, 거대한 무기 계약의 장이기도 하다. 2023년 행사에서만 UAE 정부는 약 12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드론, 자율전차, 해상 감시시스템 등 미래전 중심 기술이 대거 포함됐다.

첨단기술의 각축장—AI와 드론이 주도하는 ‘신안보’

IDEX는 최근 몇 년간 AI·드론·자율전 시스템을 중심으로 전시 성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 및 무인전투체계다. 엣지 그룹은 자율 타격 드론 ‘헌터(Hunter) 2-S’를 공개하며, 중동형 AI 기반 자폭 드론의 상용화를 알렸다. 이스라엘 엘비트, 터키 바이카르도 각각 공격·정찰용 드론을 출품하며

‘무인 전력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번째는 사이버 방위 및 데이터전이다. 러시아와 중국 기업들은 전자전(EW) 및 통신교란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C2)을 시연했다.

세 번째는 지상 및 해상 첨단무기인데, UAE는 자국 기술로 개발한 ‘랍단(Rabdan) 8x8 장갑차’를 전면에 내세워 국산 무기 수출 확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랑스 넥스터는 르클레르(Leclerc) 전차 개량형을,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을 각각 선보였다.

IDEX는 이처럼 “사막의 무기 실험장”이라 불릴 만큼 실전 중심, 기술 실증형 전시회로 진화하고 있다.

'IDEX 2025' LS엠트론 부스. @연합뉴스
'IDEX 2025' LS엠트론 부스. @연합뉴스

중동 방산 외교의 중심—무기 그 이상을 거래하다

IDEX는 단순한 상업적 전시가 아니라, ‘방위 외교의 교차로’다. 중동 각국은 자국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서방·동방 양측과 협력하며 정치·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UAE는 미국·프랑스와 긴밀한 군사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및 러시아산 무기 기술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알제리 등은 IDEX를 통해 방산산업 자립화 및 지역 군수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 역시 2021년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IDEX 참가를 검토하며 중동 내 군사협력 확대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처럼 IDEX는 ‘무기 거래의 장’이자, ‘정치적 신호의 장’으로서 기능하며, 각국의 외교 전략과 군사력 배치의 변화를 반영한다.

한국 방산의 도전과 기회

한국 기업들도 IDEX를 중동 시장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중공업, KAI 등은 K9 자주포, 천궁-II 미사일, FA-50 전투기, 잠수함 모델 등을 전시하며 중동의 고온·사막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력을 선보였다.

특히 한화는 2023년 IDEX에서 사우디·UAE 방산청과 협력 MOU를 체결하며 향후 중동형 자주포 및 탄약 생산시설의 공동투자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K-방산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 핵심 무기 공급국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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