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산전시회 시리즈 ②] 세계 방위산업 올림픽, 런던 DSEI

육·해·공·사이버를 아우르는 글로벌 방위산업의 종합 전장…기술력과 외교력이 맞붙는 세계 최대 무기 전시무대

지난 9월 런던에서 열린 2025 DSEI. @연합뉴스
지난 9월 런던에서 열린 2025 DSEI. @연합뉴스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영국 런던의 엑셀(ExCeL) 전시장에서 격년제로 개최되는 DSEI(Defence and Security Equipment International)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방위산업전시회 중 하나로 꼽힌다. DSEI는 2년마다 홀수 해에 개최되며, 최신 무기체계부터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자율 무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현대전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전장 플랫폼’이다. 이 전시회는 단순한 산업박람회를 넘어, 국가 간 방위 협력과 수출 계약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군사외교의 장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50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방위시장 쇼케이스’

DSEI의 규모는 단연 압도적이다. 매회 50여 개국에서 1500개 이상의 방산기업이 참가하며, 정부 대표단과 군 고위 관계자, 그리고 국방 연구기관이 한데 모인다.

영국 국방부가 직접 후원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물론 미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한국, 일본 등 주요 방산국이 정기적으로 참가한다.

특히 각국 국방장관 및 구매사령부가 직접 방문해 실시간 계약 협상과 기술 교류를 진행하는 전시회로, 단순한 홍보를 넘어 실질적 수출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25년 DSEI에는 약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렸고, 100여 개 신규 방산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전시와 실기 시연, ‘움직이는 전시회’의 진면목

DSEI의 또 다른 강점은 실물 중심 전시다. 엑셀 전시장 바로 옆에 템스강이 인접해 있어, 함정·무인수상정(USV)·잠수정 등의 해상장비 시연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DSEI는 ‘움직이는 전시회(Moving Exhibition)’로 불리며, 참가자들은 실제 장비 운용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지상과 공중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첨단 전투차량, 방탄차, 무인항공기(UAV), 전자전(EW) 장비 등이 실시간으로 시연되며, 관람객은 ‘현대전의 미래’를 직접 목격할 수 있다.

2025년 DSEI에서는 AI 기반 전장관리체계, 네트워크 중심전 시스템, 사이버전 대응 기술이 주요 테마로 채택돼 관심을 끌었다.

사이버와 AI, 새로운 전장의 핵심 주제

최근 DSEI는 단순한 무기 전시를 넘어 ‘디지털 전장’으로 초점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전시회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국방’이라는 슬로건 아래 AI 기반 표적 탐지, 사이버 방어 알고리즘, 전장 데이터 통합 기술 등이 집중 조명됐다.

특히 영국 BAE 시스템즈와 미국 록히드마틴,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가 AI 무기통제체계와 자율 전투 시스템을 선보이며 글로벌 군비 경쟁의 방향을 제시했다.

DSEI 2025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한층 강화됐다. 영국 국방부는 자국 방위산업의 미래 비전으로 ‘디지털 전장통합 전략’을 제시하며, 정보우위 확보를 위한 사이버 방위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기아, '영국 DSEI 2025' 방산전시회 첫 참가. @연합뉴스
기아, '영국 DSEI 2025' 방산전시회 첫 참가. @연합뉴스

K-방산의 도전과 기회

한국은 2019년 이후 DSEI에 꾸준히 참가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KAI 등 주요 방산기업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K2 전차 등 한국형 무기체계의 글로벌 홍보무대로 DSE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5년 행사에서는 한화가 영국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사업에 참여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 방산의 기술력은 ‘가격 경쟁력+신뢰성’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폴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DSEI를 통한 유럽 내 네트워크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방 외교와 산업 외교의 융합

DSEI는 단순히 무기를 사고파는 자리가 아니다. 각국 정부와 군 관계자들이 참여해 정책 세미나, 방산협력 포럼, 연구개발 파트너십 회의를 열며 정책·기술·산업이 결합된 ‘방위 생태계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참가국들은 신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군수조달 구조를 효율화하며 국가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

런던 DSEI는 더 이상 ‘전시회’라는 단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곳은 미래 전장의 실험실이자, 방산 외교의 전진기지이며,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기술력과 외교력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한국 방산이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DSEI와 같은 국제 무대에서 ‘기술력 중심의 신뢰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