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뉴욕증시가 촉발한 AI 거품론에 파랗게 질린 韓日증시

팔란티어 급락이 불러온 ‘AI 버블’ 경고…글로벌 증시, 기술주 조정 국면 진입 조짐

5일 일본 닛케이지수 시세 현황판이 공포에 질려 파란불로 물들었다. @연합뉴스 
5일 일본 닛케이지수 시세 현황판이 공포에 질려 파란불로 물들었다.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고평가 논란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흔들렸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4% 급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특히 AI 랠리의 선두주자였던 팔란티어가 8% 가까이 급락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다.

AI 선두주자 팔란티어, ‘호실적에도 추락’

팔란티어는 3분기 매출 11억8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1센트로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과열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미국 국방부와 긴밀한 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 기업은 올해 주가가 170% 이상 상승하며 ‘AI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선행 주가수익비율(P/E) 250배라는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투자자 불안을 키웠다. 이는 엔비디아(33배), 마이크로소프트(29.9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빅 쇼트’ 마이클 버리의 경고가 불 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버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종목은 거품 상태”라고 경고하며 시장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묶은 ‘개미 선호 지수’도 3.6% 급락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하락률의 3배에 달했다.

“AI 순환 투자 구조, 돌려막기 아니냐”

AI 버블 논란은 오픈AI와 엔비디아 간의 ‘순환 거래 구조’에서도 불이 붙었다.

오픈AI가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달러의 투자를 받고, 다시 그 자금으로 엔비디아의 칩을 구매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돌려막기식 거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적자를 이어가는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에 달하며, 리서치업체 세븐스 리포트는 “수익성 입증이 없다면 이 평가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와 오픈AI의 돌려막기 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와 오픈AI의 돌려막기 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증시도 ‘AI 쇼크’ 직격탄

뉴욕증시의 급락 여파는 즉각 아시아 시장으로 번졌다. 5일 서울과 도쿄 증시는 동반 급락하며 ‘AI 쇼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7%대 급락하면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39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2조5000억원 규모 순매도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결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5% 내린 4004.42에 마감했고, 코스닥은 2.66% 하락한 901.89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5% 떨어져 5만212에 마감했으며, 대만 가권지수도 1.42% 하락했다.

“거품 꺼질까, 조정일까”…시장의 갈림길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향후 12~24개월 내 증시가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며 거품론에 힘을 실었다. 모건스탠리 등 다른 투자은행들도 “AI 랠리 이후 불가피한 조정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 후 재상승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고평가된 AI 종목들이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증시는 이제 ‘AI의 미래’보다 ‘AI의 현실’을 평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시장은 ‘AI 신화’와 ‘거품의 그림자’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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