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출범한 초대형 정부 개혁 프로젝트, 8개월 조기 종료…출범 초기 머스크의 강압적 구조조정 논란 속 조직 조용히 소멸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내린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정부 효율성 부서(DOGE)’가 계약 기간을 8개월이나 남긴 채 조용히 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정부 조직 전반을 침투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던 당초의 거창한 목표는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DOGE의 사실상 소멸은 인사관리국(OPM) 스콧 쿠포 국장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직의 중앙집권적 운영이 종료됐음을 확인하면서 공표된 셈이다. DOGE는 원래 일론 머스크와 공화당 대선 후보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으로 이끈 초대형 정부개혁 프로젝트였다. 트럼프는 이들에게 2026년 7월까지 ‘대규모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라고 주문했지만, 실제 운영은 처음부터 혼란과 논란의 연속이었다.
DOGE 요원들은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각 부처에 상시적으로 출입했고, 부처와의 협의 과정 없이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강압적 조치를 반복했다. 머스크는 DOGE가 “역대 어느 조직보다 투명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적 공개와 회계자료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DOGE가 주장한 ‘수십억 달러 절감’ 효과 역시 전문가들이 검증할 수 없는 상태였다.
조직의 실질적 붕괴 조짐은 2025년 여름부터 감지됐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DOGE 직원들은 부처 본부에서 사실상 캠핑을 하다시피 숙식해왔지만, 트럼프와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충돌한 뒤 본거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 DOGE가 단행한 대규모 감원—20만 명 해고, 7만5000 명 명예퇴직—이 향후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내부 불안도 커졌다.
머스크가 5월 워싱턴을 떠난 데 이어 트럼프 또한 DOGE를 과거형으로 언급하는 등, 사실상의 해체를 시사하는 정황이 이어졌다. 이후 DOGE의 권한 상당 부분은 OPM이 넘겨받았고, 핵심 인력들도 다른 부처 고위직으로 이동했다. 대행 관리자였던 에이미 글리슨은 보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참모가 됐고, 핵심 멤버인 자커리 테럴과 레이첼 라일리는 각각 보건부 CTO와 해군연구청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장 눈에 띄는 이탈은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였다. 그는 DOGE 이후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정부 웹사이트 개선 작업에 투입됐고, 최근에는 워싱턴DC 치안 인력 모집 사이트나 약가 정책 홍보 사이트 구축 등 정치적 색채가 강한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DOGE의 조기 소멸은 무리한 목표, 불투명한 운영, 정치적 위기, 내부 인력 이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초강도 정부 개편이라는 실험은 대대적 논란만 남긴 채 막을 내렸지만, 연방정부 내 20만 명에 달하는 대량해고의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DOGE 이후의 정부 운영 방향을 어떻게 재정립할지가 앞으로의 정치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