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항 운항 마비, 항공편 5000여 건 지연·1100여 건 취소, 관제 인력 부족이 불러온 ‘항공 대란’…추수감사절 연휴까지 여파 예상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미 연방정부 셧다운의 여파가 미국 전역의 하늘길을 뒤흔들고 있다. 항공 관제 인력 부족으로 인해 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5000편이 넘는 항공편이 지연되고 1100편 이상이 취소되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항공정보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미국 내·외 항공편의 운항 상황은 사실상 마비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이다. 이곳에서는 600편 가까운 항공편이 지연되고, 150편 이상이 취소됐다. 이어 샬럿 더글라스 국제공항에서도 400편 가까운 지연과 130건 이상의 취소가 발생했다. 항공사별로는 스카이웨스트가 188편을 취소하고 241편을 지연시켰으며, 델타항공도 114편 취소, 748편 지연을 기록했다.
이 같은 사태의 핵심 원인은 바로 연방항공청(FAA)의 인력난이다.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관제사 인력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FAA는 전국 주요 공항에 연쇄적으로 ‘그라운드 스톱’ 명령을 내렸다. 애틀랜타와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은 각각 5시간 이상 출발편이 지연됐으며,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 역시 최대 3시간의 지연을 겪고 있다.
FAA는 “관제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항공기 이착륙 순서 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출발 제한 조치를 불가피하게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카고 오헤어, 내슈빌, 라과디아 등 주요 허브공항에서도 잇따라 운항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내슈빌 국제공항의 경우 오후 3시 45분까지 모든 도착편이 중단됐으며, 시카고 오헤어에서는 약 한 시간 넘게 이륙과 착륙이 통제됐다.
여행객들의 불만과 혼란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여행객 루비나 훈달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아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게 슬프다”고 토로했다.
항공대란의 배경에는 ‘역대 최장기 셧다운’이라는 전례 없는 사태가 있다. 이번 셧다운은 지난 10월 1일 시작돼 36일째를 맞으며 미국 역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셧다운은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 문제를 둘러싼 정당 간 대립으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급여 없이 근무하거나 휴직 상태에 놓였다.
항공 관제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업무는 지속되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일부 관제사들이 병가나 퇴직을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전국 공항의 관제탑 운영이 불안정해지고 항공기 운항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 여파는 단순히 주말 항공편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션 더피 교통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정부가 당장 재가동된다 해도, 관제사 복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가오는 추수감사절 연휴에도 항공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와이 주정부는 항공편 감축 면제를 요청했다. 주 교통국(HDOT)은 “하와이는 항공 이동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만큼, 항공편 감축은 주민의 생계와 식량안보, 의료 서비스 접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 사태가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으면, 항공 산업 전반의 신뢰가 훼손되고 관광·물류·비즈니스 전 분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일부 항공사는 단거리 노선과 소규모 공항 노선을 우선 축소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으나, 대형 허브공항의 혼잡은 여전하다.
미국 항공망은 하루 평균 4만 편 이상이 운항되는 초대형 시스템이다. 단 10%의 차질만 생겨도 전 세계 연결편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번 셧다운으로 인한 FAA의 인력난은 단순한 ‘지연 사태’가 아니라, 국가 기반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의 불빛이 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 불빛을 지키는 사람들의 피로와 불안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정치적 갈등이 국민의 하늘길을 막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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