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캉쥬르 야전 훈련이 보여준 교훈, 드론 시대에도 포병이 다시 중심으로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장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늘을 뒤덮은 드론이 정찰과 타격을 수행하며 전투의 양상을 지배했고, ‘드론 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 모델이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남동부 캉쥬르 기지에서 열린 야전 훈련은 이 드론 중심 전장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폭우와 안개가 몰아치자 드론과 헬리콥터는 이륙조차 하지 못했고, 대신 포병만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드론의 눈이 닫히자, 다시 ‘포병의 귀환’이 시작된 것이다.
▌ 드론의 한계 드러낸 프랑스군 야전 실험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프랑스 35낙하산포병연대(35e RAP)가 참여했다. KNDS(넥스터·라인메탈 합작 방산기업)와 외국군 대표단이 참관한 가운데, 연대는 폭우가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 ‘드론전의 생존법’을 실험했다. 하지만 폭우가 계속되자, 드론은 비행이 불가능해졌다. 비행이 불가능해진 드론을 대신해, 부대는 다양한 방어 전술을 동원했다.
트럭 탑재형 20mm 대공포, 전자재밍 장비, 위장망, 유인용 모형 등을 활용해
포병과 박격포를 보호하고 기만하는 방식이었다.
연대 작전 책임자 르노 뒤르벡 중령은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장 멀리서 타격할 수 있는 포병이야말로 전장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 포병의 재부상, 기동성과 생존성이 핵심
프랑스군의 주력 자주포 ‘카이저’ 155mm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뛰어난 기동성과 정확도로 주목받았다. 실제 전장에서 카이저의 손실률은 약 15%에 그친 반면, 탄약을 내장한 궤도형 자주포는 절반 이상이 파괴됐다.
KNDS의 올리비에 포르 전 대령은 “포병의 75%가 무인공격기(란셋 등)에 의해 파괴됐다”며, “탄약을 차량 내부에 실은 구형 자주포는 2차 폭발 위험이 크지만 카이저처럼 외부 장전식 구조는 훨씬 생존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장갑과 화력이 생존을 보장했지만, 지금은 기동성·위장·대드론 방어능력이 전투의 핵심”이라며 “움직이지 않는 장비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드론 전력 확충, 그리고 대드론 대응 강화
프랑스군은 드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맞선 대드론 전력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드론 보유 수는 1년 만에 5배, 조종사 수는 3배 늘었으며 정찰용 DT46(사거리 80km), 소형 FPV 공격드론, 미니 정찰드론 등이 운용된다.
특히 DT46은 포병 화력통제망과 직접 연결돼 목표를 탐지한 뒤 즉각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한 1970년대 대공포를 개조한 ‘프로테우스’ 대드론포도 등장했다. 트럭에 탑재된 이 무기는 열상카메라와 사격통제컴퓨터를 결합해 드론을 요격하며, 향후 인공지능 탐지 기능이 추가된 차세대 모델로 발전할 예정이다.
▌ “하늘이 닫히면 땅이 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위력을 입증했지만,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전자전과 기상 조건, 통신 교란, 그리고 단순한 폭우 한 번이 하늘의 ‘눈과 칼’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캉쥬르 기지의 폭우 속에서 드론은 멈췄지만, 포병은 여전히 임무를 수행했다.
르노 뒤르벡 중령은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무기”라며 “우리는 그 답을 다시 포병에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술이 전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그 기술 또한 자연과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늘이 닫히면, 결국 전쟁은 다시 땅의 싸움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캉쥬르 훈련이 다시 한 번 일깨웠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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