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외무상, 푸틴 대통령 접견…형식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보다는 북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선택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강화하며 또다시 ‘모스크바 카드’를 선택했다. 북한 중앙방송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크렘린궁에서 만나 북러 정상 간 합의 이행과 양국 관계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최선희 외무상을 접견할 예정이며, 현재 그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 중”이라고 밝혔다.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높은 예우로 평가된다. 이는 북러 관계가 단순한 협력 단계를 넘어 ‘정책 공조’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 트럼프의 “김정은 만나고 싶다” 발언에도 평양은 ‘모스크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원한다면 나도 만날 용의가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그가 만나고 싶어 하면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라며 오는 29~30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른바 ‘러브콜’에도 북한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나서면서, 북미 회담의 조기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접근보다는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북러 관계, 새로운 고도 도약”
최 외무상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난 9월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이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고도로 끌어올린 역사적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 주권과 영토 안보, 국제 정의를 수호하는 러시아 지도부의 정책을 북한은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강조하며 ‘반미 연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에 “지난 3개월 반 사이 러북 관계는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기본 합의를 발전시키는 강력한 추동력을 얻었다”며 “정의로운 세계 질서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그는 또 북한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쿠르스크 해방작전에 참여한 점을 언급하며 “러시아는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러 경제협력 확대, 에너지 및 과학기술 교류, 그리고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공조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담 이후 성명에서 “양국은 미국과 서방의 일방적 제재에 맞서 협력할 것”이라며 대미 견제 성격의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 북러 밀착, 미·러 갈등 속 ‘균형 외교’ 카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제재 압박을 받는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북한 역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국제적 우군 확보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최 외무상의 이번 방문은 오는 28~29일 벨라루스에서 열리는 유라시아 안보 회의 참석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단순한 외교 의례를 넘어 실질적 공조를 위한 사전 조율로 해석된다.
▌ 북미보다 북러…평양의 선택은 ‘현실적 연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북미 정상회담 제안에도 북한은 즉각 반응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외교 채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과의 대화보다, 제재 완화와 실질적 지원이 가능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우선시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에 간접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며 “트럼프의 ‘만남 제안’은 당분간 외교적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결국 북한은 트럼프의 ‘러브콜’보다 푸틴의 ‘포용’을 택했다. 모스크바행 최선희의 일정은 북미 관계의 교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평양의 외교 중심이 다시 ‘북러 축’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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