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사건은 권력 앞에 취약한 재벌의 현실 반영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차세대 리더 존재감 뿜뿜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2023년 12월, 부산의 한 시장.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2030 엑스포 유치 불발에 따른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재벌 총수들을 대동하고 현장을 찾았을 때, 예상치 못한 풍경이 연출됐다. 채식주의자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떡볶이를 들고 머뭇거리는 장면은 곤혹 그 자체였다. 총수들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국익 외교와는 무관한 ‘분식 외교’의 조연으로 전락했다. 그 장면은 당시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대통령에게 끌려간 재발회장들 보기에 딱하다’는 풍자를 불러일으켰다.
정권이 바뀌고 2025년 8월 25일 워싱턴 DC.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 무대에서 김 부회장은 완전히 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떡볶이 접시 앞에서 곤혹스러워하는 ‘먹방 조연’이 아니었다. 그는 방산과 에너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 측 인사들과 전략적 대화를 이어갔고, 현장 외신과 전문가들은 “차세대 한국 총수가 메시지를 직접 던졌다”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 시절 떡볶이는 총수들의 식탁이 아니라 정치적 연출용 소품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김동관은 무기와 태양광, 수소 등 실질적 투자와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먹방의 주제가 ‘국물 매운맛’이었다면, 이번 주제는 ‘동맹의 전략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대 김 부회장은 영어로 직접 발언하며 글로벌 무대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김 부회장이 이제 떡볶이 대신 전략을 ‘먹는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2023년 부산 시장에서의 떡볶이 사건은 재벌 총수들이 권력 앞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하지만 이번 워싱턴 무대에서 김동관은 차세대 주연으로 비상했다. 방산과 에너지라는 두 날개를 달고 한국 경제 외교의 지평을 확장하는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총수들의 식탁도 바뀐다. 곤혹스러워하던 떡볶이 접시는 사라지고, 이제 미국 국방·에너지 관계자들과 전략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김동관이 있다. 한마디로, 먹방의 무대에서는 지쳐 있었지만, 워싱턴의 전략 무대에서는 날았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