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독재자, "시간은 우리 편" 무기 삼아 임기제 서방세계 지도자 관망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통점은 재임기간이 짧게는 13년, 길게는 25년에 달하는 장기집권 독재자라는 점이다.
시진핑은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임기 제한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고, 푸틴은 2036년까지 집권 가능성이 헌법상 열려 있어 앞으로도 최대 10년 이상 집권이 가능하다. 김정은은 북한의 권력 승계 관행을 보면, 종신 집권이 가능한 상태이다.
지난 9월초 중국의 ‘항일전쟁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 푸틴, 오른쪽에 김정은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 ‘장기집권 독재자들의 단합’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장기 집권 독재자는 시간 자체를 무기로 삼는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시진핑은 미국과 협상하면서도 양보하지 않고 시간을 벌며 다른 교역 상대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동남아·EU(유럽연합)·일본과 교역을 확대해 장기적 우위를 준비하는 전략이다. 푸틴 역시 유사하게 국제 제재 속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며 시간을 활용해 전략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임기제 지도자는 눈앞의 성과와 협상 결과에 몰두하지만, 장기 집권 독재자는 기다릴 수 있다는 큰 차이점을 지닌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회담에서 김정일이 “남한 대통령이 그것도 못합니까”라고 직설한 사례처럼, 임기 제한 지도자는 시간의 압박을 받는다.
결국 장기 집권 독재자는 시간을 무기 삼아 전략적 여유를 확보하고 단기 임기 지도자의 반응을 관찰하며 주도권을 쥐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역사와 현대 사례 모두, 4~5년짜리 지도자가 단기 성과를 좇는 동안, 장기 집권 체제는 기회를 기다리며 리듬을 조정한다. 중국 열병식과 미·중 관계 전개는 이 전략적 태도의 현대적 변형을 보여주며, 국제 전략에서 이를 이해하는 안목이 필수임을 확인시킨다. 결국, 시간만 따지고 보면, 계약직인 임기제 지도자는 종신집권이 가능한 독재자에게 당할 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