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대법원 긴급명령만 20건 남발, 현직 연방판사들 “사법부 스스로 신뢰 무너뜨려” 비판…한국도 대법원 둘러싸고 홍역
[뉴스임팩트=이나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연방대법원이 ‘긴급명령’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법부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뉴욕타임스(NYT)가 현직 연방판사 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대법원의 긴급명령권 남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행정부의 정책을 정식 심리 없이 중단하거나 승인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결정’을 반복하며 사법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20건의 긴급명령을 내렸고, 그 중 최소 7건은 이유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민자 추방, 트랜스젠더 군인 전역, 연방 공무원 해고 등 중대한 인권·정책 결정이 ‘한 장짜리 명령문’으로 처리됐다.
현직 판사들은 이 상황을 “전쟁터 같고, 지방법원을 모욕하는 일”이라 비판했다. 법이 아닌 정치가 판결을 움직이는 듯한 풍경, 그것이 지금 미국 사법부가 마주한 현실이라는 자조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사법의 위기,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사법 불신이 구조화된 나라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법원 내부 갈등’과 ‘정치화된 판결’은 우리 사회의 법적 기준선을 무너뜨렸다. 전직 대법원장 구속 수사, 판사 탄핵 논란, 그리고 정권 교체 때마다 뒤바뀌는 검찰·법원 고위직 인사. 국민은 이제 “법원이 정권의 심판대인가, 혹은 그 하위 기관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법은 원래 정치의 바깥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법은 정치의 연장선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후 대법관 구성의 이념적 편향은 한 쪽으로 기울었다. 총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6명, 진보 3명이라는 불균형 구도 속에서 대법원은 낙태권, 총기규제, 이민정책 등 핵심 사회문제에서 ‘보수의 정치적 결정’을 반복해왔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특정 정권에 임명된 대법관이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린다는 인식은 이미 국민 정서의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판결문보다 임명권자의 이름이 더 자주 거론되는 현실, 그것이 한국 사법의 비극이다.
미국 현직 판사들은 “대법원이 정당성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 사법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고다.
대법원이 아무리 옳은 결정을 내려도, 국민이 그 판결을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고 느낀다면 법의 권위는 사라진다. 신뢰를 잃은 사법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패를 잃은 것과 같다. 정치가 흔들려도 법이 버티면 나라는 선다. 그러나 법이 흔들리면, 민주주의 전체가 무너진다. 법은 정의의 마지막 선이자,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