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많은 치킨 브랜드 중 하필 '깐부치킨'에서 AI 반도체, 전장(電裝), 그리고 한국 산업의 새로운 동맹관계 과시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깐부치킨’ 매장이 세계 산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한 테이블에 앉아 치킨과 소맥을 나눈 것이다. 반도체·자동차·AI를 상징하는 세 리더가 모인 이 ‘치맥 회동’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기술 동맹과 산업 협력의 새 시대를 예고했다.
특히 장소의 이름이 상징적이다. ‘깐부’는 “진짜 친구” 혹은 “운명을 함께하는 동료”를 뜻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 단어처럼, 이날 회동은 ‘IT 산업의 깐부 동맹’을 연상시켰다.
황 CEO는 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했지만, 공식 일정 외에 한국의 대표 산업 리더들과 이런 비공식 만남을 가진 점이 주목된다. 황 CEO는 평소 “AI 혁신은 파트너십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에게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AI와 전장(電裝) 기술을 통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생산 파트너로, 첨단 3나노 공정 협력이 논의 중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대만 TSMC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삼성과의 관계 강화는 필수적이다. 한편 현대차는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플랫폼 ‘드라이브(Drive) OS’를 전기차·자율주행차에 적용 중이며, AI 기반 ‘스마트 모빌리티’로 확장하려 한다. 즉, 반도체·자동차·AI의 세 축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자리였다.
현장에서는 유쾌한 일화도 전해졌다. 1차 치맥 자리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계산을 했고, 이에 정의선 회장은 웃으며 “2차는 내가 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수십, 수백조 자산가이자 세계적 거물들이 치킨집에서 ‘계산 순서’를 두고 주고받은 이 짧은 대화는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2차’는 단순한 술자리가 아닌 한국 산업계의 다음 협력 단계를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처럼 들린다.
흥미롭게도, 이 회동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31일 주식시장에서는 교촌에프앤비 주가가 장 초반 8% 넘게 급등했다. 실제 회동 장소는 교촌이 아닌 ‘깐부치킨’이었지만, 상장된 치킨 프랜차이즈가 교촌 한 곳뿐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치맥 테마주’ 심리가 자극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깐부치킨 회동’은 한국 산업의 새 물결을 상징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AI는 이제 더 이상 각자의 길을 걷지 않는다. 서로의 깐부가 되어야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시대다.
그날 밤, 세 리더가 함께 들이킨 한 잔의 소맥은 단순한 건배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동맹의 약속이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