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정은, ‘조건부’ 떼고 '비핵화 불가' 대못 박은 이유

중·러의 묵시적 지지 속 핵 보유국 인정 요구…미국과의 대화 재개 전제 조건 바꿔

북한 군부대를 초도순시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군부대를 초도순시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우리에게는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사실상 비핵화 협상 자체의 종료를 공식화했다. 그간 북한이 ‘조건부 비핵화’ 혹은 ‘단계적 비핵화’를 암시해온 과거 입장과도 명백히 단절되는 발언이다. 김정은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닌 북한 대외 전략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해석되며, 그 타이밍과 맥락 속에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공식 헌법에 명기된 '핵 보유국' 지위의 내재화

김정은은 이번 발언에서 "핵 보유가 이미 헌법에 명기됐다"고 재확인했다. 이는 북한이 자국의 핵 보유국 지위를 단순한 군사 전략이 아닌 체제 보장 수단이자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2023년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반영했고, 2024년 이를 보완하면서 핵무기를 “국가 생존과 발전의 최종 보루”로 규정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이를 국가 안보와 체제 유지를 위한 ‘비가역적 자산’으로 간주하겠다는 선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방패와 전략적 재배치

김정은의 발언이 나온 시점은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군사 퍼레이드 직후였다. 이 행사에 김정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했고, 이는 북·중·러 삼각 연대의 공고화된 상징으로 여겨졌다.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명목으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과는 공식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불가'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 없이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긴장 완화가 중요하다"는 중립적이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약화 혹은 전략적 모호성의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러의 묵시적 용인을 확보한 상태에서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자신감 있게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재개 신호?

김정은은 동시에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마주 앉을 수 있다”며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기존 ‘선(先)비핵화-후(後)제재해제’ 구조를 완전히 거부하고, 핵 보유를 인정받은 상태에서의 평화 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협상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개인적 친분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는 과거 북한과의 대화에서 ‘톱다운’ 방식으로 접근했으며, 핵 동결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2019년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트럼프와 김정은. @연합뉴스
2019년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트럼프와 김정은. @연합뉴스

내부 체제 결속용 전략

북한은 오랜 기간 유엔 및 미국 주도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재난으로 인한 식량난도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제재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핵무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국내적으로는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결집하고, 외부의 압박을 '내부 단결의 자극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엘리트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과 정보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방어 기제로 핵 보유는 유용해 보인다.

현실적 전략 조정 필요셩

이재명 대통령은 “핵 개발 중단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주장하며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이라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이는 미국 내부에서도 일부에서 제기되어 온 전략적 전환 논의와 일맥상통한다. 북한은 이를 인지하고, 핵 보유국으로서의 현실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협상을 개시하려는 신전략을 가동 중이다.

김정은의 "비핵화는 절대 없다"는 발언은 일견 대결적 단절 선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협상의 프레임 자체를 변경하려는 전술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즉,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더는 없지만, 핵 보유를 인정받은 상태에서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비핵화라는 이상적 목표와, 핵 보유를 인정한 상태에서의 현실적 관리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라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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