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와의 협력, 한국 정부의 AI 전환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 기대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한국을 향한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사무소를 개소한 데 이어, 샘 올트먼 CEO가 직접 방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연이어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와의 협력 확대까지 병행하면서, 오픈AI가 한국의 반도체·AI 생태계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으려는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반도체 강국 한국, 오픈AI의 눈길 끌다
오픈AI가 한국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는 핵심 배경은 반도체다. 현재 오픈AI는 막대한 연산량을 요구하는 생성형 AI 서비스 확장을 위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반도체 칩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브로드컴과 손잡고 대규모 칩 생산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소프트뱅크·오라클과 함께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 제조 역량은 매력적인 파트너십 대상이 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일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도 키워가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조차 러브콜을 보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칩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삼성·SK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 CEO 올트먼의 연쇄 회동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올트먼 CEO는 1일 전용기를 통해 서울에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SK서린빌딩으로 향해 최태원 회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그리고 김경훈 오픈AI코리아 대표가 동석했다. 양측은 AI 반도체 및 생성형 AI 서비스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찬을 마친 올트먼 CEO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이동해 이재용 회장과 만났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 AI 반도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으며,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및 AI 스타트업과의 협력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만남은 지난 8월 말 한미 정상회담 당시 워싱턴 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후 한 달여 만의 재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 한국 정부와의 협력 확대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접견에 대해 “대한민국 AI 대전환(AX) 전략과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오픈AI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트먼 CEO에게 한국의 AI 전략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국내 기업과의 협력 및 한국 내 투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픈AI는 이미 카카오와의 협력을 통해 챗GPT를 카카오톡 플랫폼에 연동했고, 서울대와의 AI 공동연구 양해각서(MOU) 체결도 추진 중이다. 한국을 단순한 시장이 아닌 글로벌 AI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 오픈AI의 ‘AI 주권’ 전략과 한국의 기회
오픈AI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반도체 조달 차원을 넘어선다. 최근 회사가 추진 중인 ‘오픈AI 포 컨트리스(OpenAI for Countries)’ 이니셔티브는 각국 정부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AI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AI 주권’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급망,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 정부 차원의 강력한 AI 육성 정책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미국에 편중된 인프라를 다변화하면서도, 안정적인 기술·정책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적지로 한국을 꼽을 수 있는 셈이다.
▌ 글로벌 AI 판도 속 한국의 위상
오픈AI의 연이은 구애는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 독주 체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픈AI가 칩 내재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과 SK는 대안적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의 AI 전환 전략은 오픈AI의 글로벌 확장 로드맵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번 올트먼 CEO의 방한은 단순한 친선 방문이 아니라, 반도체·AI 인프라·정책 협력을 아우르는 ‘전략적 동맹 모색’이라는 성격을 띤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러브콜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이자, AI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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