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훈련에서 무인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되는 기뢰 제거 및 해양 감시 전략 첫 선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세심브라 해안. 9월 말 맑은 날, 인간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대서양 물결 속에서 펭귄처럼 생긴 로봇이 포르투갈 해군 함정을 감시하며 선회하고 있었다. 이 장비는 독일 유로아틀라스사의 그레이샤크(Greyshark)로, 길이 6.5m, 차량과 맞먹는 무게를 가진 자율 수중 차량(AUV)이다. 그레이샤크는 나토 주관의 다이내믹 메신저 및 REPMUS 연합훈련에서 주요 해양 무인 시스템으로 활용됐다.
이번 훈련은 3주간 진행됐으며 200여 개 이상의 무인 장비를 시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기뢰 대응과 핵심 해양 인프라 보호에 중점을 뒀다. 유럽 해군은 인간 잠수부를 위험한 작업에서 배제하고, 자율 장치와 선행 배치 센서를 활용해 기뢰 제거 절차를 재편하고 있다.
▌ ‘멀티 드론’ 운용의 복잡성과 지휘 체계
독일 해군 3기 기뢰제거 잠수부대 지휘관 안드레아스 몬타그 사령관은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휘 통제(C2)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네트워크에 더 많은 로봇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더 많은 조정과 인력, 작은 임무들의 유기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레이샤크는 고해상도 소나 4대, LIDAR 스캐너, 전자기 센서, 카메라 2대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춰 잠수함 탐지와 기뢰 식별에 사용된다. 최대 항속거리는 8000해리로 세심브라에서 뉴욕 왕복이 가능하다. 독일 해군은 또한 에보로직사의 수상 무인선 소노봇과 수중형 쿼드로인 AUV를 병행 운용했다.
소노봇은 ‘수상 게이트웨이’ 역할로 다른 자율 시스템에 수중 위치 정보와 데이터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우크라이나 군과 협업해 수역 조사와 위험물 탐지에 활용된다. 쿼드로인은 수중 기뢰 탐사용으로 최대 6대가 동시에 스웜(swarm) 방식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포르투갈 해군 잠수부대 지휘관 루이 마데이라 사령관은 “이번 훈련에서 기뢰 탐지와 영상 확보를 동시에 달성했다. 쿼드로인들이 역할을 분담해 일부는 해저 탐색, 일부는 목표에 접근해 촬영했다”고 밝혔다.
▌ 훈련 고도화와 AI 통합 전망
훈련 기간 동안 시나리오와 임무 난이도는 매주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에는 잠수부들이 작업 구역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나, 후반에는 임무 직전에만 정보가 주어졌고,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를 완수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해군은 엑사일의 A9-M AUV를 활용해 해저 조사 후 소나 데이터를 평가하고, 잠수부 또는 원격조종 장비가 기뢰를 확인하는 절차를 시험했다. 한 프랑스 EOD 잠수부 장교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를 드론에 통합하면 탐지한 위협을 독립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대부분의 소나 데이터 분류 작업이 육상에서 인간이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인간과 로봇의 협업, 해양 전력 패러다임 변화
무인 기술이 발전 중이지만, 훈련 중 여러 문제도 발생했다. 영국 해군은 HII의 REMUS 100 AUV를 미·네덜란드 해군과 공동 운용했으나, 고온으로 인해 장비가 과열되기도 했다. 임시 대책으로 드론을 담요로 식히거나 오전 일찍 투입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독일 소노봇 두 대가 충돌하거나, 포르투갈 어선이 프랑스 A-9M 드론을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나토 훈련은 단순한 기술 시험을 넘어, 인간-로봇 협업과 해양 무력 운용 방식의 전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수의 무인 시스템을 통합하고, AI 기반 분석과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잠수부 위험을 줄이는 전략은 유럽 해군의 미래 해양 전력 패러다임을 시사한다.
향후 과제는 고도화된 AI 통합, 장비 신뢰성 확보, 다국적 연합 작전에서의 조정 문제 등이다. 전문가들은 “자율 시스템이 기뢰 제거와 해양 감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인간의 역할은 의사결정과 최종 검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