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이란, 저비용 고효율 사이버 전력으로 국제 질서 흔들어
법과 윤리의 공백 속, 보이지 않는 전쟁터가 안보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21세기 들어선 전통적인 무기와 병력 대신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북한, 이란 같은 비전통적 강국들도 사이버 공격 능력을 급격히 강화하면서 국가 간 충돌 양상이 디지털 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북한·러시아·이란은 저비용으로 높은 파괴력을 발휘하는 사이버 전쟁 기술을 전략적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사이버 전쟁이 갖는 법적·윤리적 문제도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북한은 전통적 군사력보다 사이버 공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대표 사례다. 이 해킹은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에 대한 보복으로, 회사 내부 정보 유출과 시스템 마비를 초래했다. 이후 북한은 가상화폐 탈취, 금융기관 해킹 등 경제적 이득을 목표로 하는 사이버 범죄를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사이버전 전문가 벤자민 홀링스워스 박사는 브레이킹 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저비용으로 큰 피해를 낼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며 “사이버 전쟁은 북한에게 전통적 군사력의 대체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군사력과 사이버전을 융합해 ‘하이브리드 전쟁’을 구사하는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2007년 에스토니아 전자정부 마비 공격, 2015년 우크라이나 전력망 해킹 등은 러시아 사이버 공격의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역시 러시아의 사이버 및 정보전 능력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클레어 베르나드 박사는 디펜스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을 전통적인 군사력과 결합해 상대방을 압박하는 전략을 택한다”며 “사이버 전쟁이 러시아의 군사작전 핵심축으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도 중동 지역의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에서 사이버 공격을 적극 활용한다. 2010년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이후 이란은 보복성 사이버 공격 능력을 신속히 발전시켜왔다. 최근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스라엘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시도 사례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연구소의 사이버안보 전문가 레베카 골드스타인은 아미 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지역 내 지정학적 이익을 위해 사이버 공격을 적극 동원하며, 비대칭 전력으로서 사이버전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 행위에 대해 국제법은 여전히 명확한 규범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 전쟁법인 ‘국제인도법’과 ‘유엔헌장’의 적용 범위를 사이버 공격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공격이 실제 물리적 피해를 낳는 경우 전쟁 행위로 인정할지, 단순 정보 침해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유엔 산하 국제법 전문가 아네트 카터 박사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의 특성상 공격자 식별과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며, 국가 간 사이버 공격 규범 설정이 시급하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 사이버사령부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과 방어는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법적·정책적 기반 위에 기술적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다양한 국가들이 사이버 전쟁을 기존 군사력과 결합해 새로운 국방 전략으로 삼고 있다. 첨단 기술 발전과 함께 사이버 전쟁의 파급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시에 사이버 전쟁에 대한 국제 규범과 법률 정비도 시급하다. 앞으로 국가 간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의 승패가 국제 안보와 평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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