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군사이야기] ‘게임체인저’ 드론, 저비용 고효율 끝판왕

2023년 대만 타이베이 항공우주 및 방위 기술 전시회 나온 자살공격 드론. @연합뉴스
2023년 대만 타이베이 항공우주 및 방위 기술 전시회 나온 자살공격 드론.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21세기 전쟁의 양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전차와 전투기가 전장을 지배했지만, 이라크·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드론이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정찰, 공격, 전자전까지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은 저비용·고효율 무기로 자리 잡으며 기존 전쟁 개념을 뒤흔들고 있다.

정찰에서 공격까지 ― 드론의 확장=드론의 군사적 활용은 처음엔 정찰·감시 임무에서 출발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은 MQ-1 프레데터, MQ-9 리퍼 드론을 투입해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를 제거했다. 실시간 감시와 정밀 타격 능력은 드론의 가치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이제 드론은 더 이상 초강대국만의 무기가 아니다.

TB2가 보여준 충격=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은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를 활용해 아르메니아군 전차와 방공망을 손쉽게 무력화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정밀 폭탄 투하가 가능했던 TB2는 ‘가성비 전쟁무기’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중동·유럽 군사 균형에 파장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드론의 위력=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현대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드론을 개조해 러시아 전차·보급로를 공격하고, 장거리 드론으로 모스크바까지 타격을 시도, 많은 전과를 거뒀다. 러시아 역시 이란제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을 대량 투입,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저비용 드론의 대량 운용은 전장의 새로운 전략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운용중인 드론.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운용중인 드론. @연합뉴스

AI와 결합한 ‘드론 군집 전술’=드론의 진화는 AI와 결합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수십~수백 대의 드론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목표를 탐색·공격하는 ‘군집(swarm) 전술’이 대표적이다.

미국 DARPA의 경우 ‘그리멧(Gremlins)’ 프로젝트를 통해 전투기에서 다수 드론을 공중 투하해 임무 후 회수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러시아 역시 드론 군집 연구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는 전통적 무기 체계가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전쟁 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드론 방어 체계의 진화=방어 체계도 동시에 발전 중이다.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Iron Dome)을 드론 요격에 맞게 개량 중이며, 미국은 고출력 레이저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드론이 워낙 소형·저비용이기 때문에 완벽한 방어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빈자의 공군력” ― 새로운 안보 위협=국제안보 전문가 제임스 로웰 박사는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론은 빈자(가난한 자)의 공군력을 가능하게 한다”며 “국가뿐 아니라 비국가 행위자에게도 치명적 군사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예멘 후티 반군은 드론을 활용해 사우디 정유 시설을 타격, 세계 원유 공급에 큰 충격을 준 사례가 있다.

규제 논의, 그러나 답은 아직=드론 확산과 자율 무기화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난제다. 유엔 군축회의(CCW)는 자율살상무기(LAWS) 규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진전은 더디다.

드론은 이미 전장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값싸고 효율적인 전쟁 수단인 동시에, 무분별한 확산은 국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드론의 진화는 단순히 군사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전쟁을 어떻게 규제하고 정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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