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지상 전투 로봇, 기회인가 위협인가 논란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20세기 전쟁이 ‘인간 대 인간’의 양상을 띠었다면, 21세기 전쟁은 점차 인간과 로봇이 함께 싸우는 전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발전은 군사 기술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오며, ‘로봇 병사’의 등장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게 된 것이다.
현재 미군, 러시아군, 중국군은 모두 지상 전투 로봇 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로봇은 정찰, 폭발물 제거, 화력 지원, 심지어 독립적인 전투 임무 수행까지 가능해지며, 미래 전장에서 인간 병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로봇 전투 차량’(RCV, Robotic Combat Vehicle)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무장 로봇을 실전 배치하려 하고 있다. 이 무인 차량은 중기관총,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해 인간 병사가 위험 지역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미 육군은 2030년대 초반을 목표로 인간 전차와 로봇 전투 차량이 혼성 편대로 작전하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란-9’(Uran-9)이라는 무인 전투 로봇을 시리아 내전에 투입해 시험한 바 있다. 무게 12톤의 이 로봇은 기관포와 대전차 로켓을 탑재했지만, 실제 전투에서는 통신 두절 문제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교훈을 바탕으로 차세대 지상 로봇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국 군사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중국 역시 ‘지상 무인 플랫폼’을 다양하게 개발 중이다. 중국군은 무인 차량과 드론, 로봇 개 등을 활용해 시가전과 정찰 임무에 투입하는 실험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기반의 군집 전투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로봇 병사 분야에서도 미국과 러시아를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상 전투 로봇의 등장은 ‘협력 전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미래의 전장은 인간 지휘관이 상황을 판단하고, 로봇 병사들이 최전방에서 위험한 임무를 맡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다. 군사학자 에릭 마이어스 박사는 “인간은 지휘와 전략적 판단에 집중하고, 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전투 임무를 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봇 병사의 확산은 윤리적·법적 논란도 불러일으킨다. AI가 인간의 생사 결정을 내려도 되는가, 오작동으로 민간인을 공격하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같은 문제는 아직 국제적으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자율살상무기(LAWS)의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각국의 군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자동화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로봇 병사는 단순한 실험 단계가 아니라, 전투의 효율성과 병력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쟁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싸우는 ‘하이브리드 전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핵잠수함과 수중전의 진화, 보이지 않는 심해 전쟁터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게임체인저’ 드론, 저비용 고효율 끝판왕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총성 없는 전쟁터, 심리전의 진화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보이지 않는 사이버 해킹 전투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마하 5는 기본, 극초음속 무기의 시대가 온다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우주가 전쟁터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첨단기술로 재정의되는 미래 병사의 조건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머스크의 스타링크, 게임체인저 된 상업 위성 인터넷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스텔스 전투기의 종말? 레이더 기술과 AI가 지배하는 하늘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SF 영화에서 튀어나온 현실의 군사 기술
- [흥미로운 군사이야기]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는 실제전쟁과 얼마나 비슷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