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군사이야기] 핵잠수함과 수중전의 진화, 보이지 않는 심해 전쟁터

미·러·중, 전략핵잠수함과 공격형 핵잠수함을 앞세워 심해에서 보이지 않는 패권 경쟁

미 핵잠수함. @연합뉴스
미 핵잠수함.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붉은 10월을 찾아라’(The Hunt for Red October)는 냉전 시기 미·소 잠수함 추격전을 스릴러로 그려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잠수함 간 대결은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 오늘날 국제 안보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가장 치열한 전략 경쟁의 무대’로 존재한다.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는 인류가 가장 늦게까지 지배하지 못한 공간이자, 21세기 들어 핵심 전략 자산이 집중되는 장소다. 특히 심해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라 불린다. 음파 탐지조차 피할 수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핵잠수함 경쟁은 글로벌 전략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삼아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첨단 무기체계로, 전략핵잠수함(SSBN)과 공격형 핵잠수함(SSN)으로 나뉜다. 전략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해 핵 억지력을 담당하고, 공격형 핵잠수함은 적 잠수함 추적, 함대 방어, 정보 수집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바다 속 핵우산’이자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로 불린다.

잠수함 전력의 절대강자 미국

미국은 세계 최강의 잠수함 전력을 보유한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최대 24기의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을 장착해 지구 반대편 어디서든 핵 공격이 가능하다. 차세대 컬럼비아급 잠수함은 2030년대부터 배치돼 미국 핵 억지력의 중추가 될 전망이다. 또한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은 은밀성과 정밀 타격 능력을 동시에 갖추며 수중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 해군은 단순히 전력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음향 신호를 최소화한 최신 잠수함과 무인 잠수정(UUV)을 활용해 정찰·추적 능력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잠수함은 이동 수단을 넘어 은밀한 정보와 타격의 핵심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핵잠수함. @연합뉴스
중국 핵잠수함. @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 추격하는 잠수함 강국

러시아는 ‘보레이급’ 전략핵잠수함과 ‘야센급’ 공격형 잠수함으로 미국에 맞선다. 특히 야센급은 서방 전문가들조차 “러시아 해군의 걸작”이라 평가할 정도로 은밀성과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중국도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094형 전략핵잠수함은 JL-2 미사일을 탑재해 본격적인 해상 핵 억지력을 확보했고, 차세대 096형은 미국·러시아 수준의 전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형 093형·095형 잠수함은 동·남중국해에서 미군 활동을 견제하며 지역 패권 경쟁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더 은밀한가” 치열한 기술 경쟁

수중전의 승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은밀성’과 ‘탐지 능력’에 달려 있다. 최신 잠수함은 초저주파 소음까지 줄여 사실상 탐지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반대로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초저주파 탐지 기술과 무인 잠수정이 개발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 윌리엄 하퍼 박사는 “핵잠수함은 핵전쟁의 ‘보이지 않는 심장’”이라며 “상대 잠수함의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지되는 억지 균형이야말로 냉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은밀성 경쟁은 우발적 충돌 위험을 높인다. 2009년 대서양에서 영국과 프랑스 핵잠수함이 충돌한 사건은 ‘보이지 않는 심해’의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핵잠수함 경쟁은 국가 생존 전략과 직결되는 억지력의 상징이다. 앞으로도 은밀성과 정찰 능력, 무인 시스템과 AI 통합이 전략 우위를 좌우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심해는 영화 속 상상력의 무대가 아니라, 글로벌 군사 균형을 결정짓는 현실의 전쟁터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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