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군사이야기] 마하 5는 기본, 극초음속 무기의 시대가 온다

극초음속 미사일 타우러스를 발사하는 F-15K. @연합뉴스
극초음속 미사일 타우러스를 발사하는 F-15K.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준영 대기자] 21세기 군비 경쟁의 또 다른 화두는 ‘극초음속 무기’다.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무기는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은 앞다투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나서며 새로운 군사 균형을 흔들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로켓에 실려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대기권에 진입해 활강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 다른 하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Hypersonic Cruise Missile)이다. 전자는 미사일보다 불규칙한 궤적을 따라가며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고, 후자는 제트엔진 대신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해 초고속 비행을 가능케 한다.

러시아는 2019년 극초음속 활공체 ‘아방가르드(Avangard)’를 실전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아방가르드는 사실상 요격 불가능한 무기”라며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을 강하게 견제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치르콘(Tsirkon)’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도 이어가며 해상전력에 극초음속 능력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국 또한 2019년 열병식에서 ‘둥펑-17(DF-17)’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개하며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DF-17은 HGV를 탑재해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군사전략가 리우펑 장군은 관영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극초음속 무기는 전쟁의 속도 자체를 바꾸는 무기”라며 “중국은 안보 보장을 위해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선제적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DARPA(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를 중심으로 ‘HAWC(Hypersonic Air-breathing Weapon Concept)’와 ‘ARRW(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 공군은 ARRW 실험 발사에 성공하며 2020년대 중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기술적 난관과 예산 문제로 러시아·중국보다 속도가 늦다는 지적도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극초음속 무기의 등장이 전략적 억지 균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탐지·추적·요격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방은 선제타격 우려로 긴장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군비통제 전문가 마이클 클라크 박사는 “극초음속 무기는 단순한 무기 경쟁이 아니라 국제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위험이 있다”며 “핵무기와 달리 억지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만큼,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극초음속 무기를 포함한 신무기 체계에 대한 규범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엔 군축위원회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나,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요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가 쉽지 않다.

극초음속 무기가 전쟁의 ‘속도 경쟁’을 새롭게 정의하는 순간, 기존의 방어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전쟁 억지와 평화 유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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