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첩보세계] 죽의 장막, 중국의 정보전략과 MSS의 부상

전인민 동원해 군사, 기술, 산업 첩보전 전개, 2000년 이후엔 사이버전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전개

중국 해커그룹.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21세기 국제 첩보전에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확장한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오랜 냉전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력을 다져왔다면, 중국은 경제 성장과 맞물려 정보기관을 ‘국가 발전의 도구’로 적극 활용해왔다. 그 중심에 선 기관이 바로 MSS(국가안전부, Ministry of State Security)다.

MSS는 1983년 공안부의 보안 기능과 중앙조사부를 통합해 출범했다. 창설 목적은 단순한 대외첩보 수집이 아니라 국내 안보와 대외 정보활동을 동시에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이는 FBI와 CIA, 혹은 KGB의 기능을 절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MSS는 본부뿐 아니라 지방 성(省) 단위에도 지부를 두고 있으며, 공안기관·군 정보기관과 협력해 국가 차원의 방대한 정보망을 운영한다. 이 조직은 단순한 군사·정치 정보뿐 아니라, 경제·기술·산업 스파이 활동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중국의 정보전은 몇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첫째, 전인민적 동원이다. 중국은 ‘국가안보법’과 ‘정보보안법’을 통해 모든 국민과 기업이 정보기관에 협조할 법적 의무를 지닌다. 해외에 진출한 유학생, 기업인, 과학자, 교민 사회까지 사실상 정보망의 연장선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둘째, 기술·산업 첩보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대규모 산업 스파이 활동을 전개했다고 주장한다. 첨단 반도체, 항공기 엔진, 신약 개발, 군사기술 등 국가 전략산업과 관련된 정보 탈취가 빈번히 발생했다. 특히 ‘사이버 해킹’을 통한 기밀 유출은 MSS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셋째, 정치적 영향 공작이다. MSS는 단순한 기밀 수집을 넘어, 해외 언론·정치권·학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공작을 벌여왔다. 이를 통해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반중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사이버전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했다. MSS는 ‘APT(지속적 위협 공격)’ 그룹들을 운영하며, 미국 국방부·기업·언론사를 겨냥한 대규모 해킹을 감행했다. 대표적 그룹인 APT1(일명 ‘댓글부대’)은 상하이에서 활동하며 수천 건의 미국 기업·기관 해킹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FBI는 2020년대 들어 “중국의 사이버 첩보 위협이 소련 냉전 시절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MSS는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해외에서 다양한 사건에 연루됐다. 미국 내 산업 스파이 체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항공우주·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을 빼돌리려던 MSS 요원들이 적발돼 기소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스파이 혐의로 영국정부로부터 방송 면허를 취소 당한 CGTN 유럽본부. @연합뉴스
지난 2021년 스파이 혐의로 영국정부로부터 방송 면허를 취소 당한 CGTN 유럽본부. @연합뉴스

또 호주와 유럽에서는 화교 사회와 로비스트를 활용해 현지 정치인에게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정치 공작 보고가 공개된 바 있다.

대만과의 정보전도 빼놓을 수 없다. MSS는 대만 내 정치인과 군 관계자 포섭을 시도하며, 통일전선 전략과 연결된 첩보전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 미·중 경쟁은 군사·경제뿐 아니라 정보전이 핵심 전선이다. 미국 CIA와 FBI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자국 내부의 반체제 인사와 소수민족 문제를 조종한다고 주장하며 MSS를 통한 대응을 강화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반도체, 군사 우주기술 같은 차세대 패권 기술을 둘러싼 첩보전은 미·중 관계의 미래를 좌우할 변수다.

중국 MSS는 단순한 정보기관이 아니라, 국가 전략 수행의 전방위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국가의 경제 성장, 군사력 강화,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첩보와 공작을 총동원한다.

냉전기의 CIA와 KGB가 그랬듯, 오늘날 국제사회는 MSS라는 새로운 거대 정보기관의 부상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이미 세계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