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망령에서 사이버 전쟁으로,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러시아 정보전의 역사와 전략은 KGB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소련 해체 이후 KGB는 해체되었지만, 그 유산은 두 개의 핵심 조직으로 계승된다. 하나는 연방보안국(FSB)이고, 다른 하나는 총정찰국(GRU)이다. FSB는 국내 정보와 대공, 국가 안보를 담당하며 GRU는 군사정보와 해외 작전에 특화된 기관으로 나뉘었다. 두 기관은 KGB의 전통과 경험을 이어받아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을 이끌고 있다.
FSB는 주로 러시아 내부의 안보를 담당하지만, 해외 작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체첸과 북카프카스 지역에서 벌어진 반군 진압과 테러 대응 과정에서 FSB의 역량은 절대적이었다. 동시에 정보 수집과 사이버 작전, 정치적 영향력 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러시아 정부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내부 통제와 반체제 감시는 FSB의 전통적인 강점으로 꼽힌다.
GRU는 군사 정보와 특수작전의 중심에 있다. 러시아 군사 전략에 직결된 정보 수집, 첩보원 포섭, 전술적 침투와 사이버 공격이 GRU의 핵심 임무다. 2018년 영국 솔즈베리 사건에서 사용된 신경작용제 노비촉 공격 배후로 지목된 조직이 GRU라는 점은, 이 기관의 공격적 작전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GRU는 또한 우크라이나, 시리아 등 해외 분쟁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지원하며, 첩보와 정보 분석 능력을 전쟁 수행의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정보전의 특징 중 하나는 종합적·융합적 접근이다. FSB와 GRU는 사이버 전력, 정보전, 심리전, 심지어 무력행동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해 목표 달성을 추구한다. 이는 전통적인 첩보 활동과 현대적 사이버 작전이 결합된 형태로, 냉전 시대 KGB가 보여주던 통합적 정보 전략을 현대화한 결과다.
해외에서의 러시아 첩보 활동도 활발하다. 유럽과 미국에서의 정치 공작, 산업·군사 정보 탈취, 이중간첩 활용, 해킹 공격은 러시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여전히 KGB 시대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 공간은 특히 GRU가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전장으로, 최근 몇 년간 수차례 발생한 대규모 해킹 공격은 러시아 정보력의 강력함을 입증한다.
FSB와 GRU는 또한 국내 정치와 사회 통제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 단체, 정치 세력을 감시하고 필요할 경우 압박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러시아 권력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동시에 해외 작전에서는 정보 수집과 심리전을 통해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한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작전은 항상 은밀하고, 때로는 과감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보다는 목표 달성에 집중하며, 그 과정에서 국제 사회의 규범이나 외교적 압력보다 국가 이익을 최우선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KGB 시절부터 이어져 온 특징이며, 오늘날 FSB와 GRU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첩보 전략은 단순히 정보 수집에 머물지 않는다. 사이버 공격, 군사 정보, 심리전, 정치적 공작이 결합된 총체적 정보전을 구현하며, 이는 미국 CIA, 영국 MI6, 중국 MSS 등과의 국제 첩보 경쟁에서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다.
FSB와 GRU는 과거 KGB의 영광과 경험을 현대적 전략으로 변형시키며, 러시아가 세계 안보 무대에서 여전히 강력한 그림자 전력을 유지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다. 그들의 활동은 러시아 국내외 안보, 국제 정치, 그리고 글로벌 정보전 판도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 세계 첩보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